中 기업, 해외상장 행선지 뚜렷하게 갈려…IT업종 뉴욕行…전통제조업 홍콩行

입력 2014-12-16 21:54
수정 2014-12-17 04:18
올 홍콩 상장 IT기업 전체 8% 불과
"몸값 후하게 쳐준다" 뉴욕행 선호


[ 김동윤 기자 ] 올 들어 중국 기업이 잇달아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가운데 업종에 따라 행선지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은 뉴욕 증시를 선호하는 반면 전통 제조업체는 홍콩 증시로 몰려가고 있다.

뉴욕 증시(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와 홍콩 증시는 해외 기업 유치를 놓고 늘 경쟁해왔다. 그동안 홍콩이 앞서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시나웨이보와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JD닷컴이 상반기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마저 뉴욕행을 택하면서 뉴욕 증시는 중국 IT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달 들어선 중국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업체 모모가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맛집 앱 업체 뎬핑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간판 IT기업들의 ‘뉴욕행’으로 침체에 빠져 있던 홍콩 증시엔 최근 중국의 대형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상장하고 있다. 중국광핵전력(CGN)이 지난 10일 기업공개(IPO)를 통해 31억6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다그룹 자회사 완다상업부동산도 연내 홍콩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IPO 규모는 38억달러로 올해 홍콩 증시 IPO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업체 베이징자동차 역시 이달 중 홍콩 증시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중국 전통 제조업체들의 연말 상장 행렬로 홍콩 증시가 체면 치레를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종에 따른 차별화는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올 들어 홍콩 증시에는 총 72개 중국 기업이 상장했는데, 이 중 IT기업은 6개로 전체의 8%에 불과했다. 반면 뉴욕 증시의 경우 올해 상장한 14개 중국 기업 중 8개(57%)가 IT기업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통 제조업체는 동종업계 기업이 주로 홍콩에 상장돼 있어 홍콩 증시를 선호하지만 IT기업은 업력이 짧아 자금이 더 풍부하고 상장 조건도 덜 까다로운 뉴욕 증시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홍콩 증시는 상장하려면 직전 3년간 흑자를 내야 하지만 뉴욕 증시는 이런 조건이 없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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