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4.2% 급락…원유 수출국 '패닉'
러시아 루블화 가치 2개월새 25% 떨어져
[ 김은정 기자 ]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 폭락과 일부 산유국의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인 신흥국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미국 달러화 대비 10개 신흥국의 통화 가치를 보여주는 JP모간신흥시장통화지수는 8일(현지시간) 79.32로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물론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 강세와 맞물린 유가 하락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국제 유가 하락세는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 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4.2% 하락한 배럴당 66.19달러를 기록했다. 5년4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 6월 고점 이후 40%가량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2% 떨어진 배럴당 63.05달러에 거래됐다.
유가 급락은 러시아와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원유 수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로 곤경에 처한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최근 2개월간 25%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2005년 이후 9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등의 경기 둔화로 인해 내년엔 유가가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43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하락이 생산비용을 낮추고 소비를 촉진해 글로벌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신흥국 통화위기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촉발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