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필기구·시계·가죽제품 '내 삶의 동반자' 몽블랑과 함께라면…

입력 2014-12-01 07:00
수정 2015-01-11 13:41
제롬 랑베르 CEO


[ 임현우 기자 ]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lifetime companion).’

명품 브랜드 몽블랑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필기구, 가죽 제품, 시계 등 3대 주력 상품군 모두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제품이라는 것을 압축해 표현한 것이다.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몽블랑의 만년필을 애용하고, 일반 소비자도 ‘귀한 분들’에게 전하는 고급 선물로 자주 찾는다는 점에서 대중적으로 친숙한 명품 브랜드이기도 하다.

지난해 7억3000만유로(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린 몽블랑의 제롬 랑베르 최고경영자(CEO·사진)를 최근 홍콩 신상품 발표 행사 자리에서 만났다. 요즘 랑베르 CEO가 전 세계 모든 진출국 가운데 가장 자주 찾는 나라는 한국이다. 몽블랑은 35년 동안 국내 한 수입업체를 통해 판매하다 올 4월 한국지사를 설립,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한국 시장은 내수도 잘되고 있지만 특히 면세점 부문이 깜짝 놀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어요. 현재 매출 1~5위 국가는 중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지만 지금 추세라면 한국이 조만간 ‘톱5’에 진입할 겁니다.”

1906년 탄생한 몽블랑은 필기구는 독일에서, 가죽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시계는 스위스에서 만든다. 랑베르 CEO는 “몽블랑의 강점은 각각의 상품군에서 기술적인 전문성을 따라올 상대가 없다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빵이나 우유를 파는 게 아니라 감성과 가치를 파는 회사”라며 “늘 소비자들이 지불한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랑베르 CEO는 지난해 몽블랑으로 옮기기 전까지 16년간 예거르쿨트르, 랑에운트죄네 등 명품시계 브랜드 CEO를 지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시계 부문을 고급화하려는 몽블랑의 전략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행사에서 몽블랑이 공개한 것도 시계 신제품이었다. 무려 746개의 부품이 조합된 기계식 시계 ‘메타모포시스Ⅱ’는 왼쪽 볼트를 당기면 시계판 위 날개가 접혀들어가며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했다. 극장에서 막이 열리면 무대가 나타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우아한 디자인을 강조한 여성용 시계 ‘보헴 컬렉션’도 함께 출시해 소비자층 넓히기에도 나섰다.

랑베르 CEO는 “몽블랑은 100여년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명품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다”며 “시계의 최고급 기능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구현하면서 가격은 아주 합리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몽블랑이 명품시계 시장에서도 매력적인 브랜드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몽블랑은 지난 9월엔 삼성전자와의 독특한 컬래버레이션(공동 작업)으로도 주목받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쓰는 디지털 필기구와 가죽 커버를 공개한 것이다. 몽블랑이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특정 기업과 손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랑베르 CEO는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해 시장에 완제품을 내놓기까지 반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빅 드래곤(big dragon)임에도 신속하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향후에도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품시계 전문가인 그는 삼성, 애플 등이 출시한 스마트 워치에 대해서는 “시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란 측면에선 재미있는 시도”라면서도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일부 세대는 열광할 수 있지만 그 이외 소비자에겐… 글쎄요. 몽블랑이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길입니다.”

홍콩=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