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블프’라는 약어로 불릴 만큼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해외 직구 (직접구매) 붐을 일으킨 결정적 역할을 한 때문입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미국 최대 쇼핑 시즌으로 불린다. 추수감사절인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의 다음날. 미국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유명 브랜드는 이날을 전후로 해서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최대 80~90% 수준의 폭탄 세일을 진행하며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한다. 이를 통해 연간 매출의 20%가량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국내 직구족의 경우 ‘2014 블프’에서 싸게 살 아이템으로 차세대 TV격인 ‘4K UHD TV’를 찍고 있다면 ‘하이센스’라는 매우 생소한 브랜드에 눈길을 멈출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첨단 UHD TV에 웬 듣보잡 브랜드?”라는 의문을 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어 ‘하이센스의 65인치 4K UHD TV’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뒤로 넘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LG경제연구원 이진상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블프’를 한달 가량 앞둔 현재, 미국 코스트코 온라인몰 기준 가격이 ‘1299달러’로 나타납니다. 이 가격은 미국에서 팔리는 한국 일본 등 주요 브랜드의 동급 TV제품 값의 절 반 정도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특히 미국TV 시장에서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 높기로 소문난 비지오의 ‘2199달러’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저가로 평가됩니다.
이진상 연구원은 이에 대해 “사실상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가격도 ‘블프 시즌’에 다가갈수록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하이센스가 대체 누구?”란 궁금증을 일으킬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진상 책임연구원은 11월 4일 발표한 ‘하이센스 4K UHD TV, 중국 전자제품의 미국 시장 러시 신호탄’이란 보고서를 통해 그 궁금증을 해소합니다. 이에 따르면 하이센스는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정부 소유기업인 하이센스 그룹의 제품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하이센스=1969년 칭다오 주정부가 설립한 ‘칭다오 제2라디오공장’에서 출발. 중국이 1979년 국가적으로 전자산업 개발을 시작할 때 주변의 다른 중소기업과 합병을 진행해 규모 대형화. 1994년 4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하이센스그룹 탄생. 주요기업은 중 주식시장에 상장.
연간 매출은 2013년 기준 약 15억 달러. 주요 제품은 가전 컴퓨터 모바일기기 TV. 이 가운데 TV분야의 중국 시장 점유율 1등 (15%) 유지.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 2014 1분기에 일본 샤프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4위로 (6.4%) 도약. 호주, 유럽, 아프리카, 두바이, 미국 등 해외 매출 비중 약 30%.]
이진상 책임연구원은 “하이센스의 경우 현재 가장 주목하며 공략을 위해 공들이는 해외 시장이 미국”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TV시장은 연간 3000만대 규모로 글로벌 매출의 약 15%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 LG 소니 같은 글로벌 탑 브랜드가 가장 먼저 신제품을 출시하고 검증받는 대표란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하이센스는 2001년부터 아틀랜타에 지사를 설립하고 미 시장 공략을 준비해 왔지만 아직은 시장점유율 2%미만으로 존재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란 평가입니다. 그러나 하이센스는 이번 블프를 미국 시장 공략의 절호의 기회로 삼고 나섰다는 것이 이진상 연구원의 분석이고요. 이의 얼굴마담이 바로 ‘4K UHD TV’. “이익을 전혀 고려치 않고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만 상승 유도”가 하이센스의 목표란 얘깁니다.
[4K UHD TV=4K는 숫자 4000의 약자. TV의 가로 픽셀이 4096이라는 것을 의미. 마케팅 커뮤니 케이션의 수단으로 소니가 처음 사용. UHD는 ‘Ultra High Definition’의 약자로 화질이 HD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뜻. 소니가 가장 먼저 매장에 선보임, 이 때 55인치 TV가격은 4000달러에 육박.]
하이센스는 미국 시장에서 저평가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 TV에 대해 다른 기업의 품질보장 Warranty 기간의 두 배인 2년을 보장했습니다. 이들이 내세운 최대 무기인 가격은 앞서 언급된 그대로입니다. 하이센스가 이번 블프를 맞아 구사하는 가격 무기화 전략은 사실 ‘창조적인’ 것은 아니다란 지적입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2위 점유업체인 ‘비지오 Vizio’가 구사한 내용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비지오는 앞서 2년 전 2012년, 블프 시즌에 60인치의 대형 LED TV의 가격을 심리적 저항선인 1000달러 아래인 ‘999달러’ (품질도 괜찮아 가성비 높다는 평가)에 선보여 파란을 불렀습니다. 당시 60인치 이상의 대형 TV군의 가격은 평균 1699달러에 형성돼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기회로 단숨에 비지오는 미국 시장 점유율 2위로 도약했습니다.
때문에 현재 하이센스의 이번 블프 도전에 가장 경계심을 표하는 곳은 비지오가 꼽힌다고 이진상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비슷한 포지셔닝으로 치고 나오고 있어 큰 부담을 느낀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비지오는 4K UHD 라인업을 50, 60, 70 인치까지 다양화해 하이센스의 65인치 단일 모델에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진상 책임연구원은 현재 비지오를 비롯해 주요 TV 브랜드 역시 가격 인하와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하이센스의 이같은 파격적인 가격을 따라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합니다. 다음의 이유가 이들 메이저 TV업체에 떨어진 부담감 입니다.
“메이저TV 브랜드의 경우 이번 블프 시즌에 과거 비지오 돌풍에 따른 매출감소와 수익성 악화 상황이 하이센스의 가세로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 선도 브랜드 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가격 경쟁을 벗어나려 시도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되레 연구개발 R&D 비용을 대규모로 투입한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냉담한 반응을 얻을 경우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을 경험 할 수도 있다. 과거 소니 TV의 쇠퇴가 대표적 사례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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