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0일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대책’으로 불리는 이번 방안의 핵심은 내년 임대주택 공급을 12만가구까지 늘리고 취약계층에 좀 더 낮은 금리의 전·월세 자금을 공급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장 반응은 그저 그런 것 같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내놨지만 시장에서 즉각 전세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어느 정도는 옳은 지적이다. 전·월세 시장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좌지우지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발표 하나로 전세난이 일거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직접적 시장 개입과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 위주로 접근한 이번 대책은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방향은 옳게 잡았다고 본다.
특히 일각에서 검토해왔던 전·월세 상한제나 전세기간 연장과 같은 직접적 시장 개입 조치를 거부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대책 발표 후 “전·월세 상한제나 전세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은 전셋값 폭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배제 의사를 분명히했다. 그는 “전세의 월세 전환은 막기 어려운 큰 흐름”이라고도 했다.
사실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규제는 당장 큰 효과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작용만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무책임한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는 전셋값이 급등할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한 번씩 들고 나오곤 한다. 서 장관이 이번에 소신을 갖고 이런 포퓰리즘적 압력을 거부한 것은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고 본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지만 부동산 정책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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