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도 높이는 오픈카…"뚜껑 달린 국산차를 보고 싶다"

입력 2014-10-28 07:02
최진석 기자의 car&talk


[ 최진석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차)는 판매량 기준 세계 5위 업체다. 올해 연간 판매량은 8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신·증설을 추진 중인 공장을 감안하면 수년 내에 연간 1000만대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총 6개의 플랫폼(차체 뼈대)을 기반으로 40여종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남미) 유럽 러시아 등 거대 자동차 시장을 겨냥해 현지에 특화한 18개 모델의 전략차종도 생산·판매 중이다. 이런 많고도 다양한 차종 중에 없는 게 하나 있다. 지붕이 열리 는 차, ‘오픈카’다.

오픈카는 세단이나 쿠페의 뚜껑만 잘라내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픈카 제작은 쉽지 않다. 안전성 때문이다.

지붕이 열린 상태에서 탑승객은 이전보다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때문에 오픈카는 설계부터 기술이 다르다. 차체 가운데의 B필러와 뒷부분의 C필러가 지붕과 함 께 사라져도 앞부분의 A필러만으로 차에 가해지는 충격이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든다. 전복 사고 때 탑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지붕 개폐의 신속, 정확함도 중요하다. 일반 차량보다 오픈카가 비싼 건 이 때문이다.

현대차에 오픈카가 없었던 건 아니다. 양산된 적이 있다. 기아차가 1999년 내놓은 2인승 쿠페 ‘엘란’이 소프트톱 모델이다. 물론 이 차는 기아차가 개발한 모델 은 아니었다. 영국의 로터스에서 사들인 설계도와 금형으로 국내에서 조립 생산했다. 그래도 뚜껑이 열렸다는 게 중요하다. 로터스 특유의 가벼운 차체와 날랜 움직임, 지붕이 열리는 2인승 쿠페라는 매력 덕분에 엘란은 오늘날에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다.

자동차 회사가 오픈카를 내놓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술력이 없거나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현대차는 후자에 해당된다. 기술은 있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오픈카를 개발하고 만들어 출시해봤자 수익 내기가 힘들다는 결론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 미니 컨버터블, 도요타 86 컨버터블 등 다른 경쟁사들은 꾸준히 오픈카를 내놓고 있다. 이유가 있다.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다양한 소비자를 포용함으로써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그동안 모터쇼에 심심치 않게 오픈카를 내놨다. 투스카니 컨버터블은 현대차의 첫 번째 컨버터블 차량이다. 200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기아차는 엘란에 이어 2007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3도어 소프트톱 컨버터블 콘셉트카 ‘익씨드(ex-cee’d)’를 선보였다. 2년 후인 2009년에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쏘울의 오픈카 모델인 쏘울스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기자들의 질문은 “양산 가능성이 있는가”였고, 현대차의 대답은 “없다”였다.

수입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국산 오픈카를 탈 수 있다는 건 설령 그 차의 오너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고 취향도 다양한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을 감안할 때, 판매량도 전과 다를 것이다. 이젠 뚜껑 열리는 현대차를 거리에서 볼 때도 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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