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꽉 막힌 유전체 산업①] 해외로 줄줄 새는 '한국 엄마 DNA' 정보…못 막나 안 막나

입력 2014-09-23 09:47
수정 2014-09-23 13:04
[ 정현영·한민수 기자 ] 인간의 모든 유전자(DNA) 염기서열이 밝혀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완성된 지 벌써 14년이나 흘렀다. 그러나 DNA 정보 분석이란 말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하다. 미국은 의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예방의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DNA 분석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규제로 꽉 막힌 유전체 산업' 기획을 통해 국내 유전체(Genome) 분석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 시리즈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 DNA 분석해 유방절제…소비자비용 1000달러 시대

2013년 5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양쪽 유방을 모두 없애는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BRCA1) 보유자라는 진단을 받아서다. 유방암 발병원인을 미리 제거해 암에 걸릴 확률을 없앤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절제를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고 공개, 연예계와 의학계 모두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머지않아 난소 적출을 위해 다시 수술대에 오를 것이란 얘기도 공공연하게 흘러 나온다. 유방절제와 같은 예방 차원이다.

현재 한 사람이 지불해야 하는 기본 유전체 데이터 분석 비용은 평균 약 3000달러 수준. 10여 년 전만 해도 이 비용은 1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유전체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유전적으로 '암에 걸릴 확률'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올해 들어서 유전체 분석에 대한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은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 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유전체 분석 소비자 비용은 100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술적 진보와 함께 유전체 산업은 예방의학 수준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 美·中 등 주요국 앞다퉈 유전체 산업 키워…'규제의 덫'에 빠진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정부는 의료비 비용 절감과 예방의학 선점을 위해 앞다퉈 유전체 분석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갈 길이 바쁜 한국의 유전체 분석은 '규제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국인 DNA 정보가 해외로 대량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전체 분석 시장이 해외에선 합법인데 국내에선 불법인 경우가 많아 글로벌 유전체 시장에서 소위 '왕따 한국'으로 뒷걸음치고 있어서다.

국내 일부 병의원에선 이미 추출한 '한국인 DNA 정보'를 해외로 대량 내보내고 있다.

산전 기형아 검사 등 이미 의학적 진단이 가능해진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의사에게 자신의 유전체 분석 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전체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세계 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유전적 정보를 포함한 생물학적 자원의 해외유출을 적극적으로 차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DNA의 국외 반출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 산전 기형아 검사 대기 수요 폭발적…'한국 엄마 DNA' 美·中으로 줄줄 샌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높아진 결혼 연령대로 고령출산까지 눈에 띄게 불어났고, 이는 기형아 출산에 대한 임신부들의 걱정으로 옮겨갔다.

이 때문에 유전체 분석을 통한 산전 기형아 검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형아 검사와 관련한 유전체 분석의 신뢰도가 국내 병의원에서도 놀라울 만큼 높아진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유전체 분석 시장이 활짝 열리기 전에 꼭 '불편한 진실'을 짚고 넘어가야 할 시기라는 게 유전체 업계의 목소리다. 국내법 규정 탓에 한국인 유전자(DNA) 정보가 해외로 소리없이 유출되고 있다는 상황이 그것이다.

일부 유명 대학병원과 산부인과 병의원 등에서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Next Generatiom Sequencing) 기술에 기반한 니프티 하모니 등의 비침습산전진단(NIPT·non-invasive prenatal test) 검사를 하고 있다.

임신부들이 고가임에도 NIPT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높아서다. 또 엄마의 혈액 속에 섞여있는 태아의 혈액에서 유전체를 뽑아 분석하기 때문에 기존 양수검사의 부작용도 피할 수 있다. 양수검사는 주사바늘을 자궁내로 주입, 양수를 직접 뽑아내기 때문에 일부의 경우 감염이나 유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도 NGS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지만, 니프티(중국 BGI)나 하모니(미국 아리오사) 등은 대부분 해외 업체를 통해서 진행된다. 국내법상 유전체 분석을 '의료 진단'에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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