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기대에 中 설비투자 마무리 국면…단기 실적회복 낙관론 커져

입력 2014-09-12 07:00
Cover Story - LG화학

화학 업황 전망

이응주 <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eungju.lee@shinhan.com >


국내 화학업 시황은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업종 대표주인 LG화학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21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7% 감소했다. 벌써 4년째 이어진 이익 감소세다. 국내 화학업체 가운데 사업다각화가 가장 잘돼 있고 수익성이 좋다는 LG화학의 실적이 이러니 다른 화학 업체들은 보나마나다.

글로벌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국내 화학업체들이 처한 상황이 이렇게 나쁠 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미국은 벌써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경기가 좋아졌다. 유럽도 올 2분기 이후 약간 주춤하고는 있지만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의 연간 성장률은 플러스다. 중국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정부 목표치(GDP 증가율 7.5%)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의문은 화학산업에서 가장 기초적인 제품인 에틸렌 시황과 맞물려 있다. 에틸렌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범용 플라스틱, 합성고무, 폴리에스터 섬유 등을 만들기 위한 필수 재료다. 9월 현재 에틸렌 가격은 t당 1500달러이고, 그 원료인 나프타와의 스프레드(마진)는 t당 590달러다. 이 정도면 엄청난 호황이다. 특정 산업의 대표 제품 마진이 사상 최고로 좋은데 그 산업 전체의 시황은 침체돼 있다. 이 역시 이상하다.

화학산업 침체의 ‘아이러니’

이런 ‘아니러니’가 나타나는 원인은 뭘까. 화학업종 부진은 당연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적인 분석을 제외한다면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세계경제의 체력에 비해 원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에틸렌이 그렇다. 에틸렌은 화학산업의 대표적인 제품이지만 최종재는 아니고 중간재다. 중간재인 에틸렌 가격과 최종재인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에스터 부원료(MEG) 등의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생산비를 감안했을 땐 오히려 적자다. 높은 유가, 공급 교란 등을 이유로 원료(혹은 중간재) 가격은 상승했지만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다. 원료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만큼 수요가 충분치 못하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올 1분기 부진을 뒤로 하고 지난 4월 이후 중국의 대외 수출은 회복세다. 8월(-0.1%)은 잠시 주춤했지만 7월 수출 증가율은 14.5%에 달했다. 반면 5월 이후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4개월째 마이너스다.

한국이 중국에 소재·부품을 수출하고 이를 가공해서 중국이 세계에 수출하는 기존의 산업생산구조가 깨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소재·부품 분야의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2011년 이후 자급률이 낮았던 석유화학 분야의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화섬(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 및 원료)과 합성고무 생산능력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화학경기 단기적으론 ‘낙관’

그렇다면 향후 화학 경기는 어떤 양상일까. 내년 국내 화학업체들은 높은 원료 가격과 중국발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거둘 수 있을까. 물론 세계 경기가 빠르게 좋아진다면 당연히 답은 ‘예스’다. 하지만 올해처럼 더디게 개선되거나 회복되지 못한다고 해도 낙관적인 전망을 해본다.

첫째, 유가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9월 현재 두바이유 기준 평균 유가는 배럴당 104.8달러다. 생산량 증가와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2013년 평균(105.3달러/배럴)과 큰 차이가 없다. 유가가 하락하면 나프타(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 가격이 낮아지고 전반적인 화학제품 가격도 약세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는 상대적으로 제품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원료 가격만 약세를 보인다는 의미다.

둘째, 중국의 화학 설비 투자도 마무리 국면이다. 2012~14년 합성고무와 화섬(및 원료) 분야에서 대규모 신·증설로 인해 화학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다. 추가 투자 여력이 없어졌다. 2015년 상반기가 지나면 수요와 공급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부진했던 화학 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지게 된다. 에틸렌 가격의 구조적인 강세로 인해 PE,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의 가격은 높게 유지하게 된다. 그동안 공급 과잉으로 극심하게 하락했던 합성고무, 화섬(원료) 등의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

물론 이는 단기적인 낙관론이다. 한국 화학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위협 요인이 크다. 2017년 이후 미국에서 값싼 천연가스 기반의 화학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며, 중국의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거나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응주 <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eungju.lee@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