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EU, 양적완화 2년] 미국, 8월 제조업지수 3년5개월 만에 최고

입력 2014-09-02 21:25
수정 2014-09-03 04:16
양적완화 이후 엇갈린 운명…美 '쾌청'·EU '먹구름'·日 '흐림'

내수·투자·고용 등 지표 모두 호조


[ 이심기 기자 ] 2012년 9월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다시 한 번 좌초 위기에 몰리자 각국이 다시 돈을 풀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6일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들의 단기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13일 미국 중앙은행(Fed)은 경기부양을 위한 ‘무제한 돈풀기’(3차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일본도 채권매입기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각국(지역)의 경제상황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의 조기 인상을 고민할 정도로 경기가 급반등하고 있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장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추가 양적완화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 후폭풍으로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 경기는 올 상반기 ‘브이(V)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와 투자, 고용 등 각 부문별 경제지표들이 2012년 9월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가장 확실한 회복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달 발표한 잠정치(연율기준 4.0%)보다 높은 4.2%를 기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 이 같은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당초 시장에서는 3.9%로 소폭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강력한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다. 2분기 설비투자는 당초 예상한 5.5%를 훌쩍 뛰어넘어 8.4% 증가했다. 2년 만에 최고 증가율이다. 소비지출 증가율도 2.5%로 지난 1분기의 1.2%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국민들은 소비를 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1.7%를 뛰어넘어 2%대를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9월 벤 버냉키 당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완화의 명분으로 내건 고용 불안도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6.1%로 전달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노동인구 자체만 놓고 보면 1억5600만명으로 32만9000명 증가했다. 경제활동인구에 새로 편입되는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으로 그만큼 경제의 활력이 넘친다는 의미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0%로 Fed가 정한 목표치를 달성했다.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지난달 25일 사상 처음으로 2000선 고지를 돌파했다.

경기회복 속도가 당초 기대를 넘어서면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조기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와 시기상조라는 ‘비둘기파’ 간 격론도 벌어졌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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