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인 금융사…법인세 '반토막'
순익 급감에 낼 세금도 줄어
증권사 법인세 10분의 1로
정책금융 반강제 할당까지
다른 업종엔 세무조사 '불똥'
[ 김일규 기자 ]
정부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 압박에 나선 것은 2011년부터다. 사회공헌과 서민지원을 위한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해 10월 은행연합회 등 각 금융협회는 각종 수수료를 최대 50% 일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었다. 2012년 12월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돼 카드사들은 200만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그때 내려간 수수료율은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다. 저성장·저금리 체제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금융회사들은 수수료 수입까지 감소하면서 휘청거렸다. 당연히 순이익이 줄었고, 국가에 내야 할 법인세도 급감했다.
◆정부 규제가 부른 세수 감소 ‘역설’
국내 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2011년 7조8217억원에서 지난해 7조3206억원으로 2년 만에 5011억원(6.4%) 줄었다. 은행들이 낸 법인세는 같은 기간 3조1609억원에서 1조4431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은행들은 2011년 10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40~50%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에 등을 떠밀린 결과다. 금융연구원 추정 결과 은행들은 2012년 ATM을 운영하면서 대당 약 166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기 금융당국의 압력에 못이겨 위탁매매 수수료를 인하했다. 사실상 수수료 상한선도 만들어졌다. 그 결과 증권회사의 수수료 수익은 2011년 6조311억원에서 지난해 4조4199억원으로 1조6112억원(26.7%) 감소했다. 증권사들의 법인세 규모는 2011년 6116억원에서 지난해 665억원으로 약 10분의 1 규모로 급감했다.
국회는 2012년 2월 신용카드사들이 가맹점 간 수수료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는 낮추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카드사들은 2012년 말 200만여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춰야 했다.
◆금융의 기본을 무시한 규제까지
정부가 내놓은 각종 정책 금융상품을 금융사들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반강제적으로 팔게 하는 것도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소득층 등을 위한 사회공헌활동비 지출을 강요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강요하는 등 ‘범(汎) 규제’ 성격을 가진 것들을 모두 더하면 사실상 정부가 금융회사의 손과 발을 묶은 탓이 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규제의 목적은 일부 타당하지만 규제 내용 자체가 시장경제의 룰을 깨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카드사들에 돈을 떼일 위험이 적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올리고, 리스크가 큰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는 낮추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세수 늘리려 특별 세무조사까지
금융회사의 법인세가 급감하면서 과세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를 보충하려면 다른 업종에서 세금을 더 거둬야 했다. 금융회사의 법인세는 2012년 10조7000억원에서 작년 4조원으로 6조7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국세청이 거둬들인 전체 법인세는 45조9000억원에서 43조9000억원으로 2조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법인 약 47만곳이 평균 851만원의 법인세를 더 낸 결과다. 여기에는 세수 확대를 위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등이 요인이 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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