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파리바 89억弗 '벌금 폭탄'…이란 제재 위반으로 美에 납부키로 합의

입력 2014-07-01 21:24
[ 유창재 기자 ]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미국 정부에 89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수단, 쿠바 등과 대규모 금융거래를 한 혐의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위반해 한 은행이 받는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법무부는 30일(현지시간) BNP파리바가 불법 금융거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법무부와 뉴욕주 검찰, 금융감독청 등과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원화 및 가스 관련 달러화 청산 업무도 내년부터 1년간 금지됐다. 금융회사에 부과되는 제재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강한 조치다. 다만 뉴욕주 은행 영업권 취소는 면했다.

이 같은 벌금 규모는 “대마무죄(too big too jail)는 없다”는 미국 법무부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분석이다. 죄를 짓고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뜻이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BNP파리바는 금지된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기고 미국을 기만했다”며 “BNP파리바의 제재 위반 행위는 테러리즘과 인권 침해 국가들을 지원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손상시켰다”고 강조했다.

BNP파리바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수단, 이란, 쿠바 정치권을 위해 1900억달러 규모의 달러 청산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내부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미국 수사당국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은행 고위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불법행위가 이어졌다고 미국 정부는 설명했다. BNP파리바는 이른바 ‘위성 은행’을 설립한 뒤 수단 정부가 이 은행들을 통해 자국 내에 있는 미국 달러를 해외로 빼돌릴 수 있도록 도왔다.

프랑스 금융감독원(ACPR)은 “BNP파리바는 견실한 지급능력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이번 벌금 부과에 따른 여파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미국 경제제재를 위반해 낸 벌금 중 최대는 2012년 HSBC가 낸 19억달러다. 앞서 미 당국은 BNP파리바에 160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이에 프랑스 정부가 강력 반발하면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