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통령 질책 자초한 국토부

입력 2014-07-01 20:46
수정 2014-07-02 05:44
서욱진 산업부 기자 venture@hankyung.com


[ 서욱진 기자 ]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의 연비에 대해 각각 ‘부적합’과 ‘적합’이라는 정반대 판정을 내린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처 간 고질적인 영역 다툼 문제를 질책했다. 정부 내 이견이 밖으로 노출돼 정부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내 차 업계 이미지에 먹칠한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전적으로 국토부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산업부가 멀쩡히 하고 있던 승용차 연비 검증을 작년 5월 국토부가 “우리가 직접 해보겠다”고 나서면서 복잡한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12년 미국에서 현대·기아차가 대규모 리콜을 한 이후 국내에서 연비 불만이 높아졌다는 점을 연비 검증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연비결함 신고는 2011년 8건에서 2012년 39건으로 늘었다가 작년 다시 23건으로 줄었다.

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정부 내 종합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연비 관련 정보를 흘린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정부 공식 발표 전에 ‘현대차가 싼타페 연비 문제로 1000억원대의 보상을 한다’거나 ‘2차 조사에서도 싼타페 연비가 부풀려졌다’는 등의 보도가 나온 이유다.

차 업계는 국토부의 연비 부적합 판정은 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라는 반응이다. 부적합 판정을 해야 산업부 인증의 문제점을 부각시킬 수 있고 그래야만 연비 검증 권한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도가 없고서야 (대통령까지 나서 지적할 정도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부처 간 엇박자 결론을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는 대통령의 ‘꾸중’을 듣긴 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정부 내 조율이 미흡한 가운데 연비 사후 검증이 국토부로 일원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가는 컸다. 지난 10년간 정부(산업부) 인증을 받아온 완성차 업체들은 졸지에 범법자로 전락했고, 국민들은 연비가 얼마인지를 법원에서 판결 받아야 할 상황이 됐다.

서욱진 산업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