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리송한 국토부 보도자료

입력 2014-06-23 20:40
수정 2014-06-24 04:01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23일 국토교통부에서 보도자료가 하나 나왔다. 제목은 ‘포드코리아, 연비 과다표시에 따른 보상 실시’였다. 내용은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한 자동차에서 연비 과다표시 사실이 발견돼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한다는 것이었다. 대상 차량은 2013년 3~4월 제작된 퓨전하이브리드 9대와 2013년 9월~2014년 2월에 만들어진 링컨MKZ하이브리드 21대다. 보상금액은 ‘퓨전’이 약 150만원씩, ‘링컨’ 한 대당 약 270만원씩으로 대상 차량 보상금액을 모두 합하면 약 7020만원이다.

포드의 보상 계획은 이달 초 미국에서 해당 차량의 연비과다 표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리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약 열흘간의 시차를 두긴 했지만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에 대해서도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포드의 “실수”라는 해명과 함께 보상을 받는 사람은 총 30명. 미미한 숫자지만 국토부 발표가 가져온 파장은 컸다. 온라인상에서는 자동차동호회를 중심으로 “그럼 국산차는?”이라는 반응이 당장 터져 나왔다.

이런 반응이 나온 이유는 뭘까. 발표 시점 때문이다.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를 놓고 ‘자동차 연비 테스트’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차례 실험에서 결과가 다르게 나오자 국무조정실까지 나서서 조율에 나섰고, 26일께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비실험 결과 공개를 며칠 앞두고 자료를 낸 것을 두고 “국내 제조사 압박용이 아니냐”는 해석에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밝혀진 사례가 없었을 뿐 자동차관리법상 연비과다 표기는 리콜 대상이며 이에 따른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산업부에서 연비를 공인받고 차를 출시해왔다”며 “그런데 갑자기 국토부까지 사후검증을 한다고 하니 마치 우리가 큰 잘못을 해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푸념했다.

제조사의 잘못에 따른 보상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묘한 시점에 특정 제조사의 보상 계획을 해당 기업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알린 것은 ‘친절 행정’을 넘어선 것 같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