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노트] 대학 총장의 자격, 청와대 수석의 자격… 대학도 스스로 '검증'하라

입력 2014-06-17 06:57
수정 2014-06-17 07:33
[ 김봉구 기자 ]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사진)의 논문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송 수석은 국립 서울교대 교수를 지내고 대학총장까지 역임한 인사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거대한 논란에 묻힌 감이 있지만 결코 작지 않은 문제다.

송 수석은 서울교대 교수 시절인 2004년 제자 김모 씨의 석사논문과 유사한 논문을 자신의 연구로 ‘둔갑’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송 수석이 논문의 제1저자, 제자 김씨가 제2저자로 등재됐다. 주객이 전도된 셈. 상식적으로 김씨가 제1저자가 돼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사실상 지도교수의 권한을 이용해 제자의 논문을 짜깁기 하고 베껴 자신의 연구실적을 올린 것. “저명 학술지 게재를 위해 권위 있는 교수를 제1저자로 올렸다”는 변(辨)은 구차하다. 표절에 대한 기준이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당시 학계의 관행이었다는 변명도 마찬가지다. 다른 어떤 잣대를 갖다댈 것도 없이 연구자로서의 학자적 양심에 비춰보면 명백한 잘못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근 수석부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송 수석은 교육부와 대통령 사이에서 교육행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이런 위치에 있는 송 수석이 제자 논문을 표절하고 가로챈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생각해보자. 송 수석은 청와대에서 교육문화 분야를 총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그가 교수들의 학술연구 문제에 대해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심지어 지금은 대입 수험생들의 자기소개서도 표절 여부를 검사하는 시대다. 생각할수록 민망한 일이다.

대학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그는 앞서 2007~2011년 아무 탈 없이 서울교대 총장을 역임했다. 교수의 기본은 연구·교육·봉사다. 그런데 기본 중의 기본인 연구실적에 대한 검증조차 제대로 안됐다. 검증시스템이 부재했거나 혹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자정기능이 부족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송 수석과 비슷한 시기에 대학 수장이 됐던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의 경우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취임 두 달 만에 자진 사퇴했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관계자는 “별탈 없이 대학 총장이 됐는데 청와대 수석이 될 때 문제가 거론된다는 건 대학의 자정기능이 없었다는 것” 이라며 “더구나 다른 자리도 아닌 교육문화수석의 자리에, 논문표절이 문제가 된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대학이 스스로 ‘고강도 검증’ 해야 할 때다. 적어도 상아탑의 수장인 총장을 뽑을 땐 표절 여부 같은 연구실적 문제를 비롯해 세금 등 재산관계, 실정법 위반 여부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총장의 도덕성은 그 대학의 명예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상 국립대 총장은 장관급으로 분류된다. 이를 감안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 준하는 검증이 필요하다. 동료 교수들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제3자의 객관적 평가를 통해 가려내야 한다. 예컨대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나 학교법인 규정에 관련 절차를 명시한 뒤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꾸려 논문을 검증하고, 재산 문제는 회계법인에 위탁하는 방식 등도 검토해 볼만하다.

무엇보다 대학 내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투명한 도덕성이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신뢰를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전·현직 대학 총장이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발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만약 그 과정에서 결격사유가 제기돼 낙마한다면, 그래서 대학 총장의 자격이 공직자의 자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락한다면 부끄럽지 않겠는가.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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