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포커스] 코닉글로리, 40% 할인 유상증자의 비밀

입력 2014-05-26 10:03
[ 정혁현 기자 ] 코닉글로리가 신주 1600만주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발행한다. 주주들에게 시장가격 대비 최대 40% 낮은 가격에 신주를 취득할 기회를 제공했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차갑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닉글로리는 지난 22일 운영자금 8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의 주가 할인율은 40%에 달한다. 코닉글로리는 청약일(7월16일~7월17일) 이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서 40% 할인된 가격이 액면가 500원보다 높을 경우 할인가격을 발행가액으로 확정하고, 할인가격이 액면가보다 낮을 경우 신주를 액면가로 발행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주배정 및 주주우선 공모 유상증자 시 할인율은 발행사 측에서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돼 있다. 회사 뜻대로 발행가액을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코닉글로리가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발행가액이 액면가를 밑돌 경우 주주총회를 열어 특별결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발행가액을 액면가보다 낮출 수는 없다. 액면가 할인발행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부진한 실적이 할인 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운영자금이 부족해지고,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지만 주주들의 차가운 반응이 예상돼서 40% 할인이란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닉글로리는 지난해 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올 1분기에도 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닉글로리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80억원 중 45억원은 무선보안솔루션(AIRTMS) 네트워크 장비 매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25억원은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 조기상환에 대비할 계획이다. 10억원은 연구개발비로 활용할 방침이다.

최대주주인 조명제 대표이사는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코닉글로리 지분 14.88%(359만6436주)를 갖고 있다. 조 대표가 배정된 주주배정 물량을 전부 확보하면 보유주식 수는 585만9724주로 늘어나게 된다.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초과 청약에 참여하면 최대 71만9287주를 더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조 대표의 지분은 16.37%(657만9011주)로 높아지게 된다.

장내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시장에서 최대주주만 득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대주주 측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한 데다, 신주가 기존 주식보다 싸게 발행되면 상장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식수가 늘어나면 주당순이익(EPS)이 낮아져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도 희석되게 된다.

지난 23일 코닉글로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14원(14.94%) 하락한 64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52주 최저가다. 하한가 매도 잔량은 39만여주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