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 2014년 5월 21일 오늘은 이른바 ‘모태솔로’들이 현 상황 탈출을 위한 도전의 날로 해석할 여지를 갖습니다.
이날은 24절기상 입하 (入夏)에 이어 여름 절기의 두 번째인 소만 (小滿 =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는 뜻)이자 동시 가정의 달 5월에 둘(2) 만나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2003년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부부의 날’ 입니다.
당장 “자다가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는 질책이 따를 것으로 여겨집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예로부터 전해지는 전설이 있습니다.
“봉선화 (봉숭아꽃)로 물들인 손톱이 첫 눈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난다.” 때문에 수십년 전 쯤 이 같은 전설에 따라 시골에선 아낙들이 옹기종기 모여 손톱에 이 꽃으로 물들이는 풍경을 보는 게 흔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몇 해 전 시골 고향집을 찾았을 때 결혼 20년을 훌쩍 넘긴 아내가 딸과 함께 이런 모습을 선보여 “그것 물들여서 뭐하게?”라고 물었습니다. 아내의 “혹시 알아? 내게도 첫사랑이 찾아올지!”라는 냉담한 말에 입맛이 매우 씁쓸했던 기억입니다.
봉선화 물들이기는 보통 빨간색 봉숭아꽃과 잎을 따 찧은 뒤 백반과 소금을 첨가해 손톱 (열 손가락 모두 하는 경우도 있지요)에 얹습니다. 호박잎이나 피마자잎, 헝겊, 비닐로 싸매고 조심스럽게 하루 이틀 지나면 손톱이 빨갛게 물들게 되지요.
이 같은 풍속은 4월에 씨를 심은 봉선화가 보통 입하와 오늘 소만을 사이에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서 행해졌다는 게 일반적 견해입니다. 손톱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은 원래 오행설에 붉은색 [赤]이 사악한 귀신 (邪鬼)를 물리친다고 하는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전해지고요.
아무튼 모태솔로에게 현대의 매니큐어 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이는 봉선화 물들이기를 통해 그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나를 찾아 부부의 연이 맺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 따르면 벼농사를 주로 짓던 우리 조상은 소만인 이 절기를 모내기 시작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요즈음은 비닐하우스 등에서 볏모를 기르므로, 모내기철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지요.
특히 과거 주식이던 보리의 수확을 앞둔 무렵인 소만은 우리 조상에게 ‘아픈’ 시기로 꼽혔습니다. 앞선 해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다 떨어져 초근모피로 연명한 때여서 입니다. 흔히 ‘보릿고개’라고 부르지요.
이 때 대나무의 경우 모든 산야의 풍경과 달리 푸른 빛을 잃고 가을을 만나듯 그 잎이 누렇게 변하는 게 이색적입니다. 이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입니다. 까닭에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 (竹秋)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전했습니다.
오늘도 약간의 바람이 일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이 시기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의미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전해지는 실정입니다.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대목으로 여겨지네요.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음력 4월 23일이고 태양이 황경 60도를 통과할 때인 오늘 소만은 낮 길이가 14시간 20분 33초이며 0시 28분에 하현달이 뜹니다. 조차가 감소해 물살이 비교적 느려지는 ‘소조기’ (5월 23일부터)를 앞뒀다는 얘긴데요.
진도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실종자 구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망입니다.[사진은 제주의 봉선화 꽃=스마트폰 촬영]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