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있던 유기전자소재 글로벌 영업본부 서울로…바스프, 아시아 공략 승부수 던졌다

입력 2014-05-12 21:45
디스플레이·전기차 배터리
한국고객 요구 적극 대응

작년 전자소재 본부 이전
삼성·LG와 협력강화 효과


[ 강현우 기자 ] 글로벌 화학업체 바스프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유기전자소재의 글로벌 영업본부를 독일 루드빅스하펜 본사에서 서울로 옮겼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한국 전자산업의 위상을 감안한 조치라는 평가다.

◆OLED 소재 개발·생산·판매

로타 라우피클러 바스프 전자소재사업부문 수석부사장은 12일 “아시아의 유기전자 분야 고객의 요구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임원진을 포함한 글로벌 영업 총괄 조직을 최근 한국으로 이전했다”고 발표했다.

바스프의 유기전자소재 사업부는 디스플레이·조명용 OLED와 휘는 디스플레이 기판에 들어가는 유기전계효과트랜지스터(OFET) 등 첨단 소재를 개발, 생산한다. 이 사업부의 전 세계 마케팅과 전략, 영업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글로벌 영업본부는 한국바스프 본사가 있는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 입주했다.

이에 앞서 바스프는 지난해 전자소재사업 아태지역본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겼다. 수원 성균관대에는 아태지역 전자소재 연구개발(R&D)센터를 지난해 11월부터 짓고 있다. 바스프가 아태지역에 전자소재 R&D센터를 세우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라우피클러 수석부사장은 “전자소재 아태 본부를 서울로 옮긴 이후 삼성, LG 등 글로벌 리더들과 협력을 강화해 시장 변화를 한층 빠르게 파악하는 효과를 거뒀다”며 “오는 9월 완공 예정인 R&D센터의 기술 지원까지 더하면 아태 지역 고객의 수요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스프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740억유로를 거둔 1위 화학업체다. 그러나 화학소재 부문 매출은 2012년보다 5% 줄어든 170억유로였다. 반면 전자·바이오소재 부문은 52억유로로 11.7% 성장했다.

한국바스프 관계자는 “이번에 이전한 유기전자소재 영업본부는 수원 R&D센터에서 개발하고 한국바스프에서 생산하는 OLED·OFET 소재를 삼성과 LG 등에 판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학업체 속속 진출

국내 전자소재업계는 바스프의 전자소재 조직 이전에 대해 “한국이 전 세계 OLED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전기차용 배터리도 한국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화학업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솔베이, 독일 머크 등도 국내에 R&D센터를 짓거나 영업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화학업체들의 한국 진출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전통적인 화학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소재 부문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