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일자리도 삼켜버린 '세월호'

입력 2014-05-01 21:55
수정 2014-05-02 04:17
단체여행 줄줄이 취소에 관광업계 직격탄
전직원 무급휴가…계약직 등 해고 잇따라


[ 유승호 / 이현동 기자 ]
경북 경주시의 보문수련원 직원 20명은 1일부터 두 조로 나눠 휴직에 들어갔다. 예년 같았으면 수학여행 수련회 등으로 1년 중 가장 바쁠 때지만 올해는 예약이 모두 취소돼 할 일이 없어졌다.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시설은 2주째 텅 비어 있다. 취소 위약금 정도밖에 챙길 수 없게 된 수련원은 고민 끝에 전 직원의 1개월 순환 무급 휴직을 결정했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가 보름째 이어지면서 서민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사고 이후 단체여행, 야유회, 기업 마케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관광·여행 관련 업계다. 경주시 불국사숙박단지에 있는 공원유스텔은 지난주 계약직 직원 14명을 모두 내보냈다. 수학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3월 이들을 뽑았지만 수학여행이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급여조차 제대로 줄 수 없게 됐다. 박시정 불국사숙박협회 회장은 “불국사 주변 30여개 숙박업소는 10~15명씩 계약직 직원을 두고 있었는데 이들을 전부 내보냈다”며 “이곳에서만 5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제주도 단체여행객을 많이 받던 숙박업소들은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제주시 한림읍 H3호스텔의 박춘석 사장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몇 명 뽑았다가 지난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4~5월 수학여행이 전부 취소돼 매출이 40~50%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단체여행에 연계된 이벤트 대행업체도 개점휴업 상태다. 수학여행과 수련회가 대부분 취소되면서 이벤트 대행업체를 통해 레크리에이션 진행자나 교육담당 조교 등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실업자와 다름없는 신세가 됐다.

관광버스 기사들은 전직을 고려 중이다. 이들은 단체여행이 많은 4~5월엔 100만원 안팎의 기본급에 운행 때마다 성과급과 여행객이 주는 수고비 등을 합해 월 200만원 정도를 번다. 그러나 요즘은 기본급 외엔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전북 전주시 여행스케치관광에 근무하는 조문연 기사는 “결혼식 하객 말고는 손님이 뚝 끊겼다”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기사가 적잖다”고 말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