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아폴로…SK하이닉스 프로젝트명 뜻은?

입력 2014-04-30 21:22
수정 2014-05-0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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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윤선 기자 ] ‘한라→금강→백두→마칼루→칸첸→K2→에베레스트→퀘이사→아폴로.’

SK하이닉스 이천공장 홍보관에 적혀 있는 이 이름들은 새로운 낸드플래시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붙인 프로젝트명들이다. 개발 프로젝트의 난이도를 반영한 이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로, 제품 효율을 높이려면 ‘데이터 저장고’인 셀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야 한다. 셀은 두께를 나노미터(1㎚=10억분의 1m)로 표시할 만큼 제조 과정에서 정밀성이 요구된다.

SK하이닉스는 60나노에서 48나노 제품까지는 한라, 백두, 금강이라는 국내 산 이름을 붙였다. 어렵긴 하지만 열심히 하면 오를 수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41나노 때부터는 훨씬 높은 해외 산 이름에서 프로젝트명을 따왔다. 마칼루(8463m), 칸첸(8598m), K2(8611m) 등이다. 20나노 개발 때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의 이름을 달았다. 수많은 산악인이 도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곳으로, 그만큼 정복이 어렵다.

16나노 제품은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당시 프로젝트명은 퀘이사였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대 발광(發光)체로,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천체다. 16나노 기술을 개발하는 게 우주의 끝에 닿기만큼이나 어렵다는 뜻이다.

셀을 수평 배열이 아니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낸드플래시’ 개발 프로젝트명은 마침내 신(神)의 영역에 진입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태양과 이성, 예언을 담당하는 신으로 그려지는 아폴로다. 머리카락의 5000분의 1 두께도 안 되는 셀을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신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중 3D 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