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널리즘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

입력 2014-04-16 20:33
수정 2014-04-17 05:16
"감시·비판은 언론 고유기능이지만
보도는 사익 아닌 공익에 부합해야
오보를 확인 바로잡는 용기도 절실"

김병희 < 한국PR학회장·서원대 교수 >


최근 삼성전자와 한 언론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을 지켜보면서 언론의 기능을 되돌아보게 됐다. 언론 현장에는 늘 언론 본연의 저널리즘 가치와 언론사의 비즈니스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일간 전문지는 지난달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 갤럭시S5의 카메라 모듈용 렌즈 수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해 생산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수율(收率)이란 일정한 화학적 과정을 거쳐 원자재에서 어떤 물질을 얻을 때, 이론상으로 예상했던 분량과 실제로 얻은 양과의 비율을 말한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취재 당시 내부 확인을 통해 수율에 문제가 없으며 생산에도 차질이 없다고 답변했으나 해당 언론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와 제품 이미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회사 측이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언론사가 이를 거절하면서 상황이 꼬인 것 같다.

얼마 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61년 전에 실었던 기사에 사람 이름을 잘못 표기했던 것을 바로잡는 정정보도를 내보내 화제가 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표기했다가 다음날 사과성 정정보도를 했다. 이에 반해 수율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는 정정보도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채 오히려 후속 비판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최근까지 실은 삼성 관련 비판 기사가 50여건을 넘는다. 사회 감시 혹은 비판은 언론의 고유 기능이다. 하지만 감시 혹은 비판 기능은 공익과 부합해야 한다. 사익을 얻는 데 동원되면 권력을 남용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해당 언론에서 다룬 일련의 기사는 국익에 반할 수 있다. 일부 보도 내용이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해외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마치 갤럭시S5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어서다. 정정보도 청구 후 2주가 지나도 해당 언론이 오보를 인정하지 않자, 삼성전자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궁극적인 법적 구제 수단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물론 오보 여부를 판가름하는 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정도를 걷는 언론은 보도된 기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으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오보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 없는 만큼 이를 바로잡는 관행이 절실하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언론사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 자칫 언론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최근 광고영업 환경이 어려워지자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보도를 먼저 내보내고 보도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광고영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는 원활한 영업을 하기 위한 ‘기업 길들이기’로 규정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오보가 아닐지라도 교묘한 팩트 비틀기, 통계 수치 입맛대로 해석하기, 작은 잘못을 크게 부풀리기 같은 교묘한 수법이 동원된다. 이번 사례 역시 저널리즘 영역이 비즈니스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유무형의 압력에 따른 것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당 매체는 대기업이 광고를 무기로 언론 길들이기를 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광고 영업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갖게 된 피해의식일 수도 있다. 언론의 신뢰도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뜻있는 언론인들이 현실을 개탄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언론 자유의 고전 ‘아레오파지티카’에서 언론 자유를 소리 높여 외쳤던 존 밀턴 역시 언론 스스로의 자율조정 기능을 가장 강조했다. 언론인들 스스로 언론사의 비즈니스 가치보다 언론의 저널리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병희 < 한국PR학회장·서원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