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금융산업 어쩌다 이다지도 쑥대밭이 됐나

입력 2014-04-14 20:31
수정 2014-04-15 05:44
금융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온다. 엊그제는 한화생명 직원이 위조 보증서를 만들어줘 30억원 사기 대출을 받게 도와줬다는 사실이 발각됐다. 얼마 전 국민은행에서 직원이 9700억원 규모의 허위 입금증을 발급했던 일로 충격을 주더니 이번엔 보험사다. 이미 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은 총 5000억원대의 도쿄지점 부실 대출로, 하나은행은 KT ENS 협력업체들의 1조원대 대출 사기 사건과 연루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오늘 전체 은행장을 긴급 소집해 군기를 잡는다고 한다.

한국 금융업의 총체적 난국이다.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털려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더니 이젠 대출 사기, 부실 대출이 꼬리를 문다. 그것도 내부 직원에 의한 서류위조, 횡령 등 후진국형 사고가 전방위적으로 터진다. 금융사고 피해액이 지난해에는 2400억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벌써 조단위다. 신뢰는 추락이다. 내부 통제는 무너졌고 임직원에게선 윤리의식을 찾기 어렵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소위 사대천왕이니 하면서 좋았던 시절의 뒤끝이다. 메가뱅크 소동도 그렇다. 한국 금융업의 경쟁력이 개선됐다는 증거는 없다. 물론 외국 금융업체도 다를 게 없다. 한국SC은행, 한국씨티은행에선 고객정보 유출이 속출하고 있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가 인수했던 외환은행은 물론, 각각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을 인수해 출범했던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이 무슨 선진금융기법을 전파하고, 어떻게 경쟁력을 높였는지 알 수조차 없다. 기업대출은 없고, 가계 부채만 잔뜩 키워놓았을 뿐이다. 허구의 금융정책론이 지배해왔던 결과다.

그런데 금융업계에선 억대 연봉자가 수두룩하다. 특히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의 23.3%가 연봉 1억원 이상이다. 땅 짚고 헤엄 치는 장사에서 무슨 연봉이 이다지도 높은가 말이다. 더구나 증권·선물(12.1%) 보험(11.8%)의 거의 두 배다. 실력은 안 늘면서 억대 연봉자만 쏟아낸다. 모두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관료들이 만들어놓은 문제 덩어리다. 누가 아직도 금융허브니 금융의 삼성전자니 하는 말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