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의 과잉입법에 대해 한 번 제대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잉규제법, 재정건전성을 해칠 악법, 선심성 법안을 가려내 ‘올해의 나쁜 법안’으로 발표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행동을 규제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마치 경쟁이라도 벌이듯이 찍어내온 것이 우리 국회다. 더구나 국회 권한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데 비해 내부의 통제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변협이 이달 중에 발족시키는 입법평가위원회가 국회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사회적 통제 기능을 잘 수행해 줄 것을 먼저 기대해 본다.
주목되는 것은 법의 양산 자체가 문제라는 변협의 인식이다. 그간 사회단체나 학계의 입법평가는 대개 법률을 많이 만들수록 입법의원의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평가해왔다. 16대 때 1912건이었던 의원입법 발의가 17대 6387건, 18대에는 1만2220건으로 늘어난 것에는 그런 탓도 클 것이다. 19대도 벌써 9035건이다. 강력한 규제법이거나 퍼주기식 재정 낭비법이 하루에도 수십건이 쏟아진다는 상황이다.
기왕 평가를 하면 악법을 생산하는 의원들의 순위를 정해 실명까지 발표해주기 바란다. 국회의원은 개인개인이 입법기관의 성격을 갖는다. 법을 잘못 만드는 의원에 대한 전문가 단체의 실명 경고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회’라는 방패막이와 익명의 뒤에 숨는 순간 어떤 비판도 효력을 잃게 된다. 물론 우수 의원과 달리 악법 의원을 찍어 발표하는 게 부담될 수는 있다. 근래 소위 나쁜 판사 선정 때 변협이 겪었던 어려움이다. 하지만 국민들만 바라보고 가면 된다. 평가의 목표와 원칙을 미리 잘 세워두면 연말의 최종 평가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저항과 시비도 예상된다. 평가단의 활동이 본격화될수록,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얻을수록 평가자체를 가로막고 나설 의원도 생겨날 것이다. 틀에 박힌 반발도, 포퓰리즘에 중독된 의원들의 공세도 예견된다.
대한변협의 이번 시도는 법률 공익단체의 대국민 서비스라는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을 만하다. 결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