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통일대박' 만들기…독일통일에서 배우다

입력 2014-04-04 19:49

베를린장벽은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다. 단지 독일 분단만이 아닌, 옛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의 상징물이었다. 동서 베를린 사이 40여㎞에 이르는 길고도 두꺼운 콘크리트 담장, 그 장벽은 너무 견고해 보였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장벽도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곳저곳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동서독이 다시 ‘하나의 독일’이 되기로 뜻을 모으면서 1989년 이 장벽은 모두 철거됐다. 브란덴부르크문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만 분단 역사의 상징으로 남겨졌다.

독일은 분단 40년 만에 통일을 이뤘다. 하지만 통일에 불안도, 우려도 많았다. 무엇보다 동서독 경제력 차이가 워낙 컸다. 서독 주민의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동서독 통합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독일 통일에 들어간 경제적 비용은 20년간 1500조~3000조원으로 추산된다. 동독 주민에 대한 사회보장성 지출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통일의 열매가 동서독 지역에 골고루 열렸다. 동독 주민은 서독 주민과 비슷한 복지 혜택을 누리게 됐고, 서독엔 동독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통일 독일은 글로벌 제조업 강국이자,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대한민국의 분단은 내년이면 70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통일의 물꼬가 트이지 않았다. 풀리는 듯하면 다시 얼어붙는 냉랭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남녀노소, 보수·진보 누구나 통일 그 자체는 찬성한다. 하지만 통일을 바라보는 우려는 통일 이전의 독일 모습과 유사하다. 현재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2012년 국민총소득 기준 38배)는 통일 직전의 동서독보다 더 벌어져 있다. 이념적인 갈등 역시 더 심하다. 일부에서 통일 후 사회적 불안이 극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독일은 통일이 대박임을 보여준다. 민족이 갈라선 아픔을 치유했고, 통일 독일의 위상도 옛날보다 훨씬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통일 한국은 내수 시장이 1억명 규모로 커져 경제성장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북쪽의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연간 수입대체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통일 한국을 장밋빛으로 만들려면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반도 통일은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시장경제라는 근간을 훼손시켜서도 안 된다. 그러려면 남북 간 소통의 통로가 더 넓어져야 한다. 민족의 동질감도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야 통일의 혼란이 최소화된다. 행복한 통일은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만들어 가야 한다. 4, 5면에서 독일 통일의 과정과 의미, 통일 한반도의 미래 모습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