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서부발전 미얀마 발전 사업 무산 위기, 민간기업까지 불똥

입력 2014-04-01 15:22
미얀마 대사 "청와대, 기재부에 프로젝트 무산되면 한국 미얀마서 사업 못해" 공문 발송
공기업 부채 감축 방침에 1년6개월 추진한 미얀마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도 '올스톱' 위기
서부발전, 뒤늦게 사업 타당성 조사...민간기업 "수익성 높다" vs KDI "사업성 없다"
현대건설 하나대투증권 해당 사업부 축소...담당 임직원 인사 불이익


이 기사는 04월01일(15: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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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미얀마 주재 한국 대사는 지난 17일 청와대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유관 부처에 전문을 보냈다. ‘서부발전-BKB-현대건설-하나대투증권’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미얀마 양곤 가스복합발전 프로젝트가 무산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미얀마에서 제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민간 기업 ”사업 무산 위기에 속이 시커멓게 탄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 프로젝트가 삐거덕거리면서 속이 시커멓게 타고 있다”며 “외교부가 공문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고 말했다.
공기업 해외 사업들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미 투자된 비용이나 향후 수익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사업을 접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 감축을 우선하라는 정부 정책의 부작용이다. 공기업과 짝을 이뤄 해외로 진출하려는 민간 기업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얀마 프로젝트다. 1년6개월 전 한국기업 컨소시엄이 수주했을 때 전세계 관련 기업과 투자은행(IB)들이 놀랐다. 선진국 경제 제재가 풀린 후 8000억원 규모 첫 해외 민자사업(IPP)을 한국이 수주했다는 이유에서다. 합의각서(MOA) 체결 직후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한했다. 작년 10월엔 미얀마 전력부와 PPA(전력구매계약) 등 주요 계약서에 실무자들이 서명했다. 발전소의 부지 조성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공기업 부채 감축 방침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서부발전이 자본금을 투자할 경우 부채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서부발전은 이사회가 2012년말 확정한 투자안에 대해 작년 3월 뒤늦게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그해 9월엔 조인국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KDI는 작년말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라 서부발전은 전체 37%의 투자 지분을 3%까지 낮추겠다고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800억원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 부채 문제가 아니라 예비타당성 결과 때문에 투자 축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부발전이 다른 컨소시엄 멤버를 유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사회 승인 사업까지 전면 재검토…주먹구구식 사업 타당성 조사
하지만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사업은 연기되고 있다. 특히 미얀마 정부가 새로운 투자자를 받아들이 여부가 불투명하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하나대투증권, 일본 미즈호은행(금융 자문사) 등 국내외 민간 기업들이 검토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 각각 수백억원씩 투자하기로 결정한 사업을 KDI가 어떤 근거로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컨소시엄 다른 관계자도 “대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겠다는 사실 자체가 수익성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성원모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바뀐 이후 공기업 해외 사업은 올스톱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일괄적인 부채 감축만 강조할 게 아니라 향후 수익성, 전략적 가치 등을 고려해 사업을 선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오락가락 정부 정책으로 민간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실제 미얀마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현대건설과 하나대투증권 담당 임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고, 담당 사업부가 축소된 곳도 있다. 최근 국내 공기업들이 민간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피해가 크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개 발전 자회사 14개 발전소 프로젝트의 민간기업 지분율은 60%에 육박한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가 중도하차할 경우 해당 국가에 진출하려는 다른 국내 기업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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