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잘 짜는법?…유망업종 1·2·3등株 나눠 담고 손실난 종목부터 팔아라

입력 2014-03-27 21:38
수정 2014-03-28 03:48
투자의 정석 (4)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투자는 시간·심리 게임
남다른 '미래' 보인다면 흐름 지지부진해도 기다려야

앞으로 10년 中 소비株가 대세
미디어·바이오·헬스케어 관심

펀드도 '몰빵'은 금물


[ 황정수 기자 ] “지금 시장점유율이 1등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지레 짐작해선 안됩니다. 같은 업종의 1~3위 종목에 일정 비율로 나눠 투자하는 게 현명한 전략입니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49·사진)는 “업종 1등주는 대개 2~3년 뒤 기업 가치만 반영하고 있다”며 5년, 10년 후에도 1등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장기 분산투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네이버와 다음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1990년대 말만 해도 두 회사의 사업구조와 성장성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었다”며 “지금처럼 주가가 열 배 차이날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종목만 선택해 실패 가능성을 높이지 말라”는 조언이다.

‘같은 업종 내 분산투자’를 실행하려면 먼저 유망 업종을 잘 선택해야 한다. 그가 점찍은 유망 업종은 ‘중국 소비 관련주’다. 향후 10년은 ‘중국 소비’가 국내 주식시장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중국에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낼 만한 기업들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의 인터넷서비스, 미디어, 바이오, 헬스케어 등이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분산투자라 하더라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성장주라 해도 장기간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실적 성장기 막판에 급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처음에 좋은 주식을 골랐더라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꺼내든 또 다른 투자비법은 ‘심리 싸움에서 승리하라’다. 그는 10% 이익을 낸 종목과 5% 손실을 낸 종목을 동시에 갖고 있는 투자자를 예로 들었다. 갑자기 현금이 필요하면 대다수는 성장성을 따지지 않고 이익을 낸 종목부터 파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수익 낸 종목을 파는 순간 실패한 포트폴리오만 남게 된다”며 “손실난 종목을 먼저 매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시간과 심리’ 싸움에서 모두 이기긴 쉽지 않다. 김 대표는 “주식 투자자라면 적어도 하루 4~5시간은 종목 분석에 매달려야 하는데 개인들에겐 어려운 얘기”라며 “이런 이유로 주식 투자자 10명 중 8~9명은 실패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대신 운용해주는 ‘펀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수익률이 해마다 들쭉날쭉하지 않고 3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펀드를 고르는 게 관건”이라며 “시장이 10% 오를 때 20%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시장이 10% 떨어질 때 15% 손실을 내는 펀드를 해외에선 최하위급으로 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펀드 역시 단돈 100만원을 넣더라도 몰빵은 금물”이라고 했다. 그는 “일단 주식형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국내형과 선진국형, 신흥국형, 지수추종형 등 다양한 펀드에 나눠 담아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대표는

1965년 강원도 삼척 출신이다. 1994년부터 대우경제연구소 ·증권 등에서 투자분석·전략을 맡은 ‘분석통’이다. 2003년 트러스톤에 합류했다. 노르웨이·아부다비 등 세계 1·2위 국부펀드로부터 1조원 넘는
투자 자금을 유치한 주역이다. 트러스톤의 펀드 운용수익률은 지난 수년간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글=황정수/사진=김병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