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두부…3년만에 또 '적합업종' 전쟁

입력 2014-03-26 21:58
수정 2014-03-27 04:16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기업 "외국계만 이득" vs 中企 "효과 봤다"


[ 박수진 / 김용준 / 조미현 기자 ] #1. 김서중 한국제과협회장은 지난달 총회 때 만장일치로 연임됐다. 김 회장의 연임은 제과업이 지난해 3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동네 빵집’이 있는 곳부터 500m 이내에는 대기업 빵집을 출점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전국에서 507개 제과점이 새로 문을 열었고, 매출도 20~30% 늘었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2. 샘표간장으로 유명한 샘표식품은 2011년 9월 간장이 중기 적합업종(또는 품목)으로 지정된 뒤 ‘사업을 축소하거나 확장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이 때문에 샘표간장은 요즘 육포 등 다른 제품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전문업체는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중기 적합업종 규제에서 빼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기 적합업종을 처음 지정한 것은 2011년 9월이다. 세탁비누 간장 막걸리 등 16개 품목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처음 지정됐고 이후 84개가 추가됐다. 지금까지 100개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은 이 분야에서 사업 금지, 확장 자제, 사업 철수 등 각종 제약을 받았다.

이 제도는 3년마다 실효성을 검증한 뒤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올해가 도입 3년이 되는 해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기 적합업종 제도를 시행한 2011년 이후 중소기업발전지수가 103에서 110으로 올랐다”며 “적합업종 제도 시행 이후 중소기업 운영 여건이 점점 나아지는 추세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 적합업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는 생계형 서비스, 생활밀착형 서비스, 사업지원·지식기반형 서비스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외국 기업만 웃게 하고 투자를 막는 대표적인 규제”라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적합업종 제도로 외국계 기업이 득을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재지정 여부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제도의 존폐를 논의하기 전에 효과 분석에 대한 객관적 자료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김용준/조미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