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로스쿨 합격자 절반 이상 '자교출신'… '꼼수' 비판도

입력 2014-03-24 15:07
수정 2014-03-24 15:44
자교출신 2/3 못넘도록 한 규정 아슬아슬 피해가



[ 김봉구 기자 ] 지난해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이들 대학 출신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는 자교 출신이 로스쿨 입학자의 3분의 2를 넘지 못하도록 한 기준을 아슬아슬 비켜가 ‘꼼수’란 비판도 나온다.

24일 이투스청솔이 공개한 ‘2009-2014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SKY 로스쿨(2013학년도 기준)의 입학정원 대비 자교 출신 합격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자교 출신 합격비율 1~3위를 기록한 △고려대 68.3%(82명) △서울대 68%(102명) △연세대 52.5%(63명)는 모두 정원의 절반 이상을 자교 출신 학생으로 채웠다. 로스쿨 평균치 27.2%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는 자교 출신의 합격비율을 제한한 관련법을 간신히 지켰다. 현행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로스쿨 입학자 중 타교 출신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의무화 하고 있다. 이 조항을 뒤집어 보면 자교 출신은 3분의 2(66.6%) 미만이 돼야 한다.

따라서 서울대와 고려대는 이 기준을 위반한 것처럼 보이지만, 입학정원이 아닌 ‘입학자’를 기준으로 삼는 조항 탓에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입학자 수는 결원에 대해 발생하는 추가합격 숫자까지 포함하므로 입학정원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교육부 대학원지원과 김정근 사무관은 “엄밀히 따지면 법령상으로 ‘입학자’ 기준에 맞춰 뽑았으므로 해당 로스쿨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로스쿨 박지순 교무부원장은 “입학정원 120명 기준으로는 자교 출신이 법정 기준을 초과했지만, 실제 입학자 대비 자교 출신 비율은 요건을 충족시켰다”며 “자퇴·제적 등 결원이 생기면 기존 정원에 추가로 선발할 수 있다. 통상 5~6명을 추가로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합격자 수까지 감안해 자교 출신을 최대한 많이 합격시킨 셈. 다양성을 강조한 당초 로스쿨의 취지와 맞지 않는 꼼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의 경우 2014학년도에도 합격자 153명 중 자교 출신이 100명으로 65.4%에 달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관계자는 “SKY 로스쿨이 자교 출신을 지나치게 많이 뽑는 것은 기회균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자칫 ‘자기 식구 챙기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 출신학교가 아닌 능력 중심으로 선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2009학년도부터 2014학년도까지 6년간 전국 로스쿨 최종합격자의 자교 출신 비율은 평균 25.7%, 학부 법학계열 출신 비율은 평균 46.8%로 각각 집계됐다. 현행법은 로스쿨이 타교 출신뿐 아니라 비(非)법학 전공자도 3분의 1 이상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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