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출신 간부가 도피 도와…또 사고친 금감원 "유구무언"

입력 2014-03-19 21:09
[ 장창민 기자 ]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까지 지낸 김모 팀장과 박모 팀장 등이 KT ENS의 1조8000억원대 사기 대출에 연루된 것으로 19일 확인되면서 금감원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김 팀장이 해외 골프 접대와 금품을 받고 사기 대출 핵심 용의자에게 조사내용을 알려준 뒤 해외로 달아나도록 도와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감원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번 사기 대출 사건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감원의 자랑거리였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취임 후 새로 마련한 ‘여신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저축은행의 이상 여신 징후를 포착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 간부들의 연루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같은 성과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됐다.

최 원장은 고개를 떨궜다. 최 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마음이 무겁다. 뭐라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선제적인 감시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했는데 금감원 간부가 얽히면서 빛이 바랬다”며 “지난달 하순 관련 얘기를 듣고 내부감찰 지시를 내려 수사를 의뢰해 놓은 상황이니 더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금감원 직원이 비리 사건에 줄줄이 연루된 적이 있다. ‘저축은행 사태’ 때가 대표적이다. 2011년과 2012년 퇴출 직전에 몰린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실을 눈감아준 금감원 직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금감원을 찾아 “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지른 것을 보면서 나 자신도, 국민도 분노에 앞서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혀를 찼을 정도다.

최근까지도 악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어음(CP)을 불완전 판매해 많은 개인 피해자가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에 이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이 터지면서 금감원은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여기에다 이번 금감원 간부들의 사기 대출 연루까지 겹치면서 금감원 및 최 원장에 대한 ‘책임론’은 더 커지게 됐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졌다.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조직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