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위해 재무·비재무적 준비 함께 하세요

입력 2014-03-10 07:01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40) 이스털린의 역설과 은퇴준비

장경영 <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중견기업 부장으로 퇴직한 김모씨(60)는 젊은 시절 성실하게 일하면서 노후자금을 충실하게 준비했다. 그 덕분에 돈 걱정은 없는 편이다. 해외 여행이나 골프를 마음껏 즐길 정도는 아니지만 손주들 용돈 정도 넉넉하게 챙겨주는 데는 무리가 없다.

돈 걱정이 없다고 해서 김씨의 은퇴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오늘은 누구랑 무엇을 하지’라는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직장을 다닐 때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는 퇴직과 동시에 대부분 연락이 끊겼다.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연락하면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만나서 식사나 술 한 잔을 해도 집에 오는 길은 늘 허전했다.

김씨의 사연은 청춘을 직장에 모두 바친 퇴직자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일이다. 자식을 키우면서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것만도 벅찼기 때문이다. 재무적 준비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른 준비를 제대로 못할 수밖에 없다.

은퇴 준비는 재무적 준비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재무적 준비로 안정된 삶의 기반을 확보했다면 그 다음에는 네트워크 형성 등의 관계, 취미생활이나 여가 등의 활동 준비까지 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한 준비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은퇴 후에도 여러 사람들과 폭넓게 교류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건강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과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유명해졌다. 이 연구는 소득이 기본적인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늘어나도 행복이 더 커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로 불린다. 은퇴 준비라면 재무적 준비를 먼저 떠올리고 그것만 갖추면 행복한 노후가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경각심을 주는 셈이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실시한 은퇴 준비지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60대 남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영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재무는 22%에 불과했다. 건강이 41%, 관계가 22%, 활동이 16%로 나타났다. 70대 남성은 재무가 15%로 더욱 낮아졌다. 그 대신 관계가 35%로 증가했다.

60대와 70대 여성도 관계와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행복한 노년 준비는 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00세 시대를 두려움 없이 맞으려면 재무적 준비와 비재무적 준비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장경영 <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