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어를 하지 말라니, 교육부는 영어 계급사회 만들건가

입력 2014-02-13 20:30
수정 2014-02-14 04:12
교육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허무개그 같은 방안들에 반대한다. 대학입시 자기소개서에 토익·토플 등 공인영어성적을 기재하면 서류전형 점수가 0점으로 처리된다는 것도 그렇고 영어 독해와 작문, 심화 영어회화 영역은 시험 출제 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것도 코미디다. 지문 분량을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수능에서 영어를 아예 빼자는 방안이 나올 것 같다.

교육부가 대학 수능 영어에 대해 시시콜콜한 지침을 내리는 것도 웃기지만, 영어 구사능력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결정된다고 할 정도인 현실을 아예 무시하는 발상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며 위선적인 사교육 시장만 번성하게 만들 뿐이다. 영어 교육은 이미 사교육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영어는 어차피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만국 공용어다. 미래 세대일수록 더욱 그렇다. 평등 교육을 부르짖고 착한 교육을 주장하는 좌익 인사들일수록 제 자식은 미국에 유학 보낸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교육부가 유치원 및 사립초등학교의 영어 몰입 교육을 금지하겠다는 발상도 충분히 기만적이다. 이런 조치는 영어 사교육의 단가만 치솟게 할 뿐이다. 아예 외국행이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결국 가진 사람 자식만 영어 공부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질 것이다. 교육부는 영어 계급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한국은행 총재 자격을 논하면서도 영어의 자유로운 구사 능력을 집어넣자고 떠드는 게 지금의 우리 사회다. 대통령도 밖에 나가면 영어로 연설한다. 청년들에게 국내서만 일자리를 찾지 말고 해외로, 국제기구로 과감하게 눈을 돌리라고 등을 떠미는 것도 바로 정부다.

정부가 영어 디바이드를 부추기는 꼴이다. 차라리 지금은 그 반대로 가야 하지 않겠나. 누구라도 학교 교육만으로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회대책이요 진보다. 교육부의 위선은 끝이 없다. 신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