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이 사라졌다…스마트폰 확산에 설 자리 잃어

입력 2014-01-31 08:57

#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송인수 씨(남·30)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설을 앞두고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해 추석 온가족이 고향에 모였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는 대신 모두 스마트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봐서다. 송 씨는 "정작 한 공간에 있는 친척들과는 침묵이 흐르고 다른 공간에 있는 스마트폰 속 친구들과 윷놀이 게임을 한다"며 씁슬해했다.

실제로 윷이 사라지고 있다. 설, 추석 등 명절 때만큼은 전국 곳곳에서 윷놀이 판을 벌였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윷판에 앉을 사람이 없다'는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의 확산이 점차 사그라지는 전통놀이 문화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은 올해도 공식적으로 윷을 판매하지 않키로 했다. CU는 2012년, GS25와 세븐일레븐은 지난해부터 매장에서 윷 판매를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미니스톱도 지방에 있는 일부 전략 매장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윷을 판매하지 않는다.

윷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수요가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설, 추석 등 명절 연휴 기간에 특별 판매 형식으로 윷놀이 등 전통놀이세트를 매대에 비치해뒀다"면서 "워낙 매출이 부진하다보니 그마저도 철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윷과 함께 덩달아 매출이 떨어진 건 화투다. 세븐일레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화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가량 줄었다. 2012년 설 연휴에도 화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하는 등 화투 역시 매대에서 사라질 위기다.

송 씨는 "예전에는 친척 어른들이 둘러앉아 화투라도 치는 모습이 있었다"면서 "지난해 추석 때 고향에 가보니 이제 어른들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화투 게임을 하더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설 연휴 기간 전통놀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각종 민속놀이 체험, 전통공연, 전시 등 총 40여건의 행사를 펼친다.

특히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투호놀이, 쌍륙, 고누놀이 등 민속놀이 자유체험과 가족대항 경연대회 등을 열어 전통놀이의 재미를 알릴 계획이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