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하수처리업 범위 확대 '논란'

입력 2014-01-29 19:48
매년 수천억씩 적자내는데…공기업 개혁 역행하나

안행부, 처리용량 상관없이 맡을수 있게 '개정안' 입법 예고


[ 김주완 기자 ] 정부가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방공기업에 하수처리사업을 확대해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공기업은 기존 하수처리사업만으로도 부채가 늘어나고, 매년 수천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가 지난해 10월 하루 처리 기준 1만5000t 이상 하수처리사업만 지방직영기업이 맡는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방직영기업은 1만5000t 이하까지 모든 하수도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회계감시 더 철저히 한다?

현재 하수도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다. 지자체가 직영 공기업을 통해 직접 운영하거나 지방공기업, 민간업체에 맡겨 운영 중이다. 특히 1만5000t 이하 사업 가운데 90% 이상은 민간업체들이 맡고 있다.

안행부는 이번 개정안이 재무 관리가 부실한 하루 처리 1만5000t 미만 하수도사업의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공기업은 별도 회계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 효율에 대한 감시를 더 철저히 할 수 있다는 것.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지방공기업이 1만5000t 미만 하수처리사업까지 맡으면 지자체의 재무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방공기업 부채는 일부만 지자체 일반회계에 잡혀 있으나 결국은 지자체가 떠안아야 한다.

2012년 지방공기업 결산결과에 따르면 하수도 분야의 부채는 전년에 비해 9417억원 늘어난 3조7917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하수도사업 손실액은 8972억원으로 전년보다 1514억원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지방공기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2011년 기준 하수도사업을 하는 지방공기업 중 56%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규홍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하수도 지방공기업의 적자가 큰 것은 원가 대비 하수도 처리요금이 적은 이유가 가장 크지만 민간에 비해 비효율적인 것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말 처리비용(하루 처리용량 4만t 이하 기준)을 비교해보면 민간업체는 t당 232.4원이지만 지방공기업은 271.2원이었다.

○“민간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산업계에서는 민간시장 축소를 우려한다. 현재 국내 전체 528개 하수처리시설 중 가장 많은 286개소(54.1%)는 민간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하루 처리용량 1만5000t 미만의 하수도사업이다.

한 민간업체 관계자는 “지방공기업의 영역이 넓어지면 민간 부문이 대폭 축소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법 개정을 앞두고 하수처리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는 충남 천안시, 공주시, 당진시, 아산시 등은 해당 업무를 지방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도 국내 물산업 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이번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간 업체들의 일감이 줄어들어 하수처리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물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지적이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