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약발 다했나 … 역성장 우려에 주가 '경고음'

입력 2014-01-29 14:55
수정 2014-01-29 15:31
[ 권민경 기자 ]

삼성전자 '콜록'하자, 삼성전기·삼성SDI도 '에취'
완제품(스마트폰)·부품(반도체) 분할해야, 주장도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올 들어 내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된 후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주가는 올해 120만 원 후반~130만 원 초반 대를 오르내리며 장기 박스권에 머물 조짐이다. 지난 4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는 역성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부진은 삼성전기, 삼성SDI 등 그룹 내 다른 전자계열사로 감염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완제품(스마트폰·TV)과 부품(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사업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주가, 올 들어 6% 빠져…이익 전망 줄하향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28일까지 6. 49% 하락했다.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134만8000원에 출발한 주가는 전날 128만30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50만원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기간 전자업종 내 경쟁사인 LG전자는 2. 79% 내렸고 SK하이닉스는 변동이 없었다.

주가가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지난 4분기 실적이 부진한 데 이어 올해도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 때문이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은 갈수록 정체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경우 실적의 60% 이상을 스마트폰이 책임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평균판매가격(ASP)은 2012년 4분기 330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255달러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평균판매단가(ASP)도 327달러에서 272달러로 내려갔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며 "실적 상승동력(모멘텀) 부족해 반등을 한다해도 극적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IB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불안감이 기대보다 높을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애플의 대화면 스마트폰 출시, 중국TV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은 계속 안고가야 할 위험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41조원으로 추정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한 달 만에 37조8000억 원으로 3조2000억 원(7.8%) 낮아졌다.

순이익 전망치도 33조9000억 원에서 31조2000억 원으로 7.9% 내려잡았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도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34조4000억 원, 한화투자증권은 34조9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지난해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역성장이 될 것이란 얘기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IT 수요가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소비자가전(CE) 사업의 이익이 하락하고 반도체 이익 기대감도 낮아졌다"며 "1분기 저점을 찍고 실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삼성전기·SDI 부진 감염…사업부문 분할 주장도

시장의 우려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나친 기대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이라며 "지난 4분기 실적도 상여금을 제외하면 양호했고 앞으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력과 제품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3년 간 실적 성장을 주도했던 스마트폰의 이익이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면서도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사업부의 실적 둔화는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사업적으로 얽혀있는 그룹 내 다른 전자계열사로도 옮겨갔다. 삼성전자의 재고조정에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기는 지난 4분기 359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SDI도 556억 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두 회사 주가는 올 들어 각각 8.36%, 10.19% 떨어졌다. 임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 삼성전기의 실적 상승동력이 약하고 2분기 갤럭시S5 출시 이후에도 성장에 대한 불안이 가시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장을 이루려면 사업분할과 같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완제품과 부품을 분리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스마트폰과 달리 반도체 등 부품은 상승 여력이 크기 때문에 따로 떼었을 때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품 부문에 대한 기업가치는 중장기적으로 15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분할을 통해 몸값이 높아진 네이버 사례에서 알 수 있 듯 삼성전자도 분할한 뒤 완제품과 부품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지금보다 50% 이상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상반기까지 주가가 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삼성 내부에서도 기업가치를 위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며 "사업부문 분할은 전혀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