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사는데 1년 매출 투입·IMM도 공시 직전에 알아
알보젠 "美 수익, 근화제약으로…투자금 회수 조약 명시"
전문가들 "상장폐지 후 대만과 합병"…주가 거품이 관건
[ 박동휘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28일 오후 3시10분
한국을 아시아 거점으로 삼아 다국적 제약그룹을 만들겠다며 2010년 10월 근화제약을 인수한 알보젠코리아(지분율 67.03%)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쓰며 하버드비즈니스쿨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던 로버트 웨스만 알보젠 회장이 근화제약의 알맹이를 빼먹기 위해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굴러온 돌’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겪어야 할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무적 투자자 IMM에 빚 조기 상환
지난 17일 근화제약이 알보젠 파인 브룩이라는 미국 회사로부터 제네릭 의약품 두 개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499억원에 사들일 계획이라는 공시를 내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주식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공시 전 2만4000원이던 주가는 28일 1만8850원까지 밀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도 아니고 복제약을 사오는데 5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근화제약의 2012년 매출이 65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매출에 맞먹은 돈을 복제약 판권을 사오는 데 투자한 셈이다.
알보젠코리아가 근화제약을 인수할 당시 알보젠에 약 600억원을 투자한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이 같은 사실을 공시 직전에야 알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IMM은 알보젠에 전환사채와 전환상환우선주 매입 형태로 투자했는데 작년 말 상환 계약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 1명을 파견하고 있던 IMM은 이 결정이 내려질 당시 근화제약 이사회에서 배제돼 있었다는 얘기다.
○근화제약 상장폐지 수순
이에 대해 알보젠코리아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복제약 양수를 결정하면서 삼정회계법인과 미국 내 유명 제약컨설팅업체로부터 평가를 받고 가치를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알보젠 관계자는 “근화제약은 지식재산권과 판권을 갖는 것이고 판매는 모두 미국 시장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미국에서 판매해 거둬들이는 수익은 모두 근화제약으로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근화제약이 투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는 조항을 계약에 넣었다는 점도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해준다.
알보젠은 근화제약을 인수한 이후 재무제표 개선에 힘쏟아 왔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521억원으로 전년 동기(511억원)와 큰 차이가 없지만 영업이익은 13억원(3분기 누적)에서 3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알보젠이 근화제약 지분을 들고 있는 개인투자자 주식을 공개 매수한 뒤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보젠은 한국에 진출할 때부터 근화제약을 대만 계열사와 합병시켜 아시아 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이를 위한 사전 단계로 상장폐지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보젠 측은 “상장폐지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당장 공개매수를 하기엔 주가가 너무 높다”며 “시간이 좀 더 걸려야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