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존슨 英리스크캐피털파트너스 회장, 나이트클럽서 사업에 눈뜬 의대생…피자체인 20배로 키워 되팔아

입력 2014-01-24 06:57
"잘 아는 분야에 투자집중해라"…15개 기업 '쥐락펴락' 거물 투자자로

지루함이 인생 최대의 적
친구와 나이트클럽 운영하며 재미…"비즈니스가 천직" 의대생서 진로변경

실패가 치명적인 경우는 없다
여러번 투자실패에도 꿋꿋…창업후배에 경험 들려주며 격려

투자는 인내심 필요한 일
사업 궤도 오르려면 최소 5년…믿고 기다려줄 투자자 찾아라


[ 김동윤 기자 ]
“지루함은 내 인생 최대의 적이다.”

영국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리스크캐피털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루크 존슨 회장이 평소 자주 하는 말이다. 그는 “난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다. 이런 성격 덕분에 항상 발전한다”는 말도 종종 한다. 그래서인지 영국 BBC방송은 최근 그를 ‘매우 바쁜 걸 좋아하는 상사’라고 소개했다.

대다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쉴 새 없이 일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존슨 회장의 이 같은 말은 별로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현재 거느리고 있는 기업이나 맡고 있는 직함들을 살펴보면 그의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현재 레스트랑 체인 ‘레드핫월드뷔페’와 ‘파티셰리 발레리’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리서치회사 ‘패스트 트랙’ 회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또 자동차 장비회사 ‘APT컨트롤스’와 온라인 크루즈 여행 사이트(cruise.co.uk)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현재 그가 최대주주 또는 CEO 등으로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기업은 총 15개다. 또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는 등 기업 경영 이외 분야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피자익스프레스 인수 후 영업이익 20배로 키워

영국에서 태어난 존슨 회장은 원래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 의과대학에 입학해 의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비즈니스 세계에 눈을 떴다. “대학시절 친구와 조그마한 나이트클럽 운영을 담당하다 손님들에게 입장료를 내게 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때부터 비즈니스야말로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내 기업’을 갖겠다는 결심을 했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첫 데뷔는 1993년 영국의 로컬 피자체인 ‘피자익스프레스(Pizza Express)’ 인수였다. 당시 서른 살에 불과했던 존슨 회장은 친구 휴 오스먼드와 함께 사재를 털어 만든 펀드로 이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피자익스프레스는 전국에 체인점이 12개에 불과했다. 존슨 회장은 피자익스프레스 인수 후 6년 만에 체인점을 250개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피자익스프레스의 영업이익은 20배로 불어났고, 덕분에 인수 당시 40페니를 주고 샀던 피자익스프레스의 주가는 최고 9파운드까지 뛰었다. 존슨 회장은 피자 사업이야말로 ‘완벽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피자를 먹는 데다 이익률도 높았기 때문이다.

존슨 회장은 그러나 1999년 피자익스프레스를 매각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성격을 억누르기 힘들었다”는 것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이유였다. 존슨 회장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를 활용해 ‘스트라다’, ‘지라프’ 등 다양한 레스토랑 체인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작업을 되풀이했다. 이들 사업 역시 성공적이었다. 스트라다는 2005년에 9000만유로(약 1300억원)를 받고 매각했고, 지라프는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에 5000만유로(약 721억원)를 받고 팔았다.

○“실패는 결코 치명적이지 않다”

물론 매번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존슨 회장은 미국 뉴욕에 자신이 경영하던 레스토랑 체인 ‘벨고(Belgo)’ 매장을 낸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잘못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측 파트너는 급작스럽게 파산해 버렸고 매장의 위치 선정도 적절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매장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쓰는 바람에 오픈 하루 전날 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매장 앞으로 몰려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존슨 회장은 서점 체인 ‘보더스(Borders)’ 영국 법인을 인수한 것 역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는다. 그는 “적당한 가격에 인수만 하면 회사를 턴어라운드시킬 자신이 있었는데,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 체인에 미칠 영향력을 과소 평가했다”고 말했다.

존슨 회장은 그러나 평소 자신의 실패 경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기업인에게 실패 역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패에 관한 그의 지론은 “실패가 치명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Failures are rarely fatal)”는 것이다. 그는 평소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인생은 리허설이 아니다. 일단 뛰어들어라. 귀중한 시간을 고민하는 데 허비하지 마라.”

○“기업 투자 포트폴리오는 단순해야”

수많은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과정에서 존슨 회장은 기업 경영에 대한 자기 나름의 확고한 원칙을 확립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그는 영국의 신생 기업들에 각종 지원과 조언을 해주는 비영리단체 ‘스타트업 브리튼’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각종 콘퍼런스나 포럼 등에서 연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캐피털 엔터프라이즈 포럼에 연사로 나서 ‘기업 경영자들이 지켜야 할 20가지 원칙’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존슨 회장은 우선 기업인들에게 투자 포트폴리오는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답시고 경영자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업 활동은 절대 제로섬(zero-sum) 활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경쟁을 하지만 기업 활동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부를 창출하는 데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경쟁우위보다는 새로운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존슨 회장이 중시하는 또 한 가지 원칙은 돈에 관한 한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사업은 어느 정도 본궤도에 접어들려면 최소 5~1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자들은 긴 시간을 믿고 기다려줄 투자자들을 동반자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슨 회장은 거시경제 사이클에 연연하지 말라는 원칙도 제시했다. 물론 모든 기업은 세계 경제나 자신이 속한 나라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그러나 “거시적인 흐름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기업 경영자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미시적인 사이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밖에 ‘파트너를 믿어라’, ‘리더십이 핵심이다’, ‘롤모델을 만들어라’ 등도 기업 경영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핵심 원칙으로 거론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