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은행, 위안화 예금 해외운용 줄여라"

입력 2014-01-16 21:12
금융당국, 유동성 악화 우려…전체의 60~70% 국내서 굴리도록 제한

위안화 예금 75% 中으로 위안화 쏠림 주춤할 듯…다른 외국은행으로 불똥


[ 박신영 기자 ]
외국 은행들이 국내에서 받는 외화예금 중 60~70% 이상을 반드시 국내에서 대출 등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근 국내 위안화 예금이 급증하자 중국계 은행들이 이 중 상당 부분을 중국 등에서 운용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위안화가 빠져나가면서 외화유동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위안화 예금 63억달러 늘어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16일 “중국계를 비롯한 외국 은행들이 국내에서 받는 외화예금 중 60~70% 이상을 국내에서 운용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있다”며 “방안이 확정되면 국내에 진출한 모든 외국 은행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에 앞서 작년 12월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인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교통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5곳의 관계자들을 소집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위안화 예금의 일정 부분을 국내에서 운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외화예금의 국내 운용 기준을 설정키로 한 것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위안화 예금과 관련있다.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8월 이후 매달 25억달러씩 늘며 작년 말엔 66억7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위안화 예금이 불어난 것은 증권사들이 위안화 예금을 바탕으로 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발행을 늘린 영향이 컸다. 위안화 예금 ABCP 상품의 금리는 연 3.3~3.5% 수준으로 연 2.6~2.7%인 국내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아 투자자들이 몰렸다.

중국계 은행들은 위안화 예금이 불어나자 국내보다 금리가 높은 중국에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받은 위안화 예금 중 75%가량이 중국 현지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대출을 받은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국내 예금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에서 모은 예금의 일정 부분은 국내에서 운용토록 제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도 자국에서 예치한 예금의 일정 부분을 국내에서 운용토록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계 은행 “영업 타격 우려”

금융당국의 이런 방침이 현실화되면 위안화 예금의 쏠림 현상도 주춤해질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국내에서 자금을 운용하면 수익률이 낮아져 예금금리도 낮출 수밖에 없어서다. 한 중국계 은행 관계자는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영업에는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 은행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형평성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국내에 진출한 모든 외국 은행에 적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계 은행 관계자는 “한국에선 금융당국의 규제로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도 쉽지 않고 대출금리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며 “자금 운용마저 저금리가 유지되는 한국에서 하라고 하면 영업이 정말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