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 권오준·정동화 '2파전'

입력 2014-01-15 20:36
수정 2014-01-16 04:02
인사이드 Story

관료 출신 오영호-포스코맨 4인 '대결'

유력 후보였던 김준식·박기홍·이동희 탈락
내부 출신 4명 중 등기이사는 1명도 없어
CEO추천위 1명 선정해 29일 이사회서 확정


[ 이상은 기자 ]
포스코의 차기 회장 후보가 5명으로 압축됐다. 정치인 출신 없이 외부 인사는 오영호 KOTRA 사장 한 명뿐이다. 권오준 포스코 사장,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부회장(가나다 순) 등은 모두 포스코 출신이다.

포스코는 15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5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또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후보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오 사장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11월 사임의사를 밝힌 이후 포스코 개혁을 위해 혁신적인 외부 인사가 올 것이란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차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다. 서울고 출신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행시 동기다.

오 사장은 2008년 2월 산자부 1차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서강대 교수(에너지환경연구소장)를 맡았다. 이때 박근혜 대통령의 인맥으로 통하는 김광두, 안세영 등 서강대 교수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맡았고, 2011년 12월 KOTRA 사장에 취임했다. 오는 12월 3년 임기가 끝난다.

오 사장은 현 정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OTRA는 지난해 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3 글로벌취업창업대전’을 열어 이번 정부의 해외 청년일자리 창출 정책인 ‘케이무브(K-MOVE)’를 선도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 개막식에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내부 출신 가운데 권 사장은 포스코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다.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을 거쳐 2012년부터 기술총괄장(사장)을 맡고 있다. 국제 철강업계에서 알아주는 기술 전문가이지만 경영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TK(경북 영주) 출신이라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김 사장은 포항제철소장과 탄소강사업부문 부문장(이상 부사장)을 거쳐 2011년부터 포스코켐텍 대표를 맡고 있다. 정 회장 인맥으로 분류된다.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박 이사장은 포스코 인력자원실장(전무), 포스코ICT 사장, 포스코 부사장과 사장(경영지원부문장)을 지내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정 부회장은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장, 광양제철소 부소장, 포스코건설 부사장과 사장 등을 역임했다.

당초 유력시됐던 포스코의 김준식 사장(성장투자사업부문장)과 박기홍 사장(기획재무부문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직 포스코 등기이사가 빠져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는 게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사의 표명이 현 정권의 뜻이 반영돼 이뤄진 만큼 차기 회장 역시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정부가 민영화된 포스코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임직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는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CEO추천위는 서류심사와 면접 등 자격 심사를 실시해 한 명을 이사회에 올릴 계획이다. 최종 선임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3월1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뤄지게 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