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3년된 SK플래닛, 온·오프 통합 커머스시장 강자로

입력 2014-01-10 07:08
Cover Story - SK플래닛

애플 구글 등 해외업체 맞서 토종 콘텐츠 플랫폼 사수
'T스토어' 가입자 2165만명…누적 거래액 4420억원
오픈마켓 '11번가', 모바일 쇼핑 점유율 1위


[ 임근호 기자 ]
“SK플래닛을 주목하라.”

요즘 인터넷 업계에서 들리는 말이다. 네이버 다음 카카오로 대표되는 국내 인터넷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룡’으로 SK플래닛이 유력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SK플래닛이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개발자 블랙홀’로 불린 일도 이런 말이 나오는 데 한몫했다.

SK플래닛은 2011년 10월 설립된 젊은 회사다. 모회사인 SK텔레콤에서 디지털 콘텐츠와 플랫폼 부문을 분사하면서다. 안드로이드 앱 장터 ‘T스토어’,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 ‘11번가’, 스마트폰 1등 내비게이션 ‘T맵’, 마케팅 플랫폼 ‘OK캐쉬백’이 모두 SK플래닛이 하고 있는 서비스다.

이미 플랫폼과 커머스 분야에선 국내 최상위 업체인 셈.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SK플래닛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근접무선통신(NFC) 결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 등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기반 기술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SK플래닛, SK그룹의 IT사업 선봉

SK플래닛의 탄생은 미래 먹거리와 통신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SK텔레콤의 고민에서 나왔다. 애플과 구글에서 보듯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은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었다.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를 맞은 통신 사업은 각국의 엄격한 규제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조급함을 느꼈지만 기존 사업인 문자·음성 수익을 침해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새로운 흐름에 뛰어들지도 못했다.

SK플래닛의 분사는 기존의 칸막이식 사업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뤄졌다. 덕분에 SK플래닛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인 ‘틱톡’을 인수해 모바일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고, 확장이 어려웠던 커머스 사업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TV와 태블릿, 스마트폰을 넘나들며 동영상 콘텐츠를 감상하는 N스크린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분사에 관여했던 고위 관계자는 “모바일 환경에 알맞은 다양한 플랫폼과 신규 서비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SK플래닛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있고 규모도 아직 작지만 언젠가는 SK텔레콤을 넘어 SK그룹의 IT부문 성장을 책임지는 대표기업이 될 것이란 얘기다.

T스토어 앞세워 새로운 소비문화 형성

국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은 해외 업체에 잠식당하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독점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에 의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게 SK플래닛의 T스토어다. 국내 토종 모바일 콘텐츠 오픈마켓인 T스토어는 작년 말까지 누적 가입자 2165만명, 누적 다운로드 16억건, 누적 거래액 4420억원을 기록했다.

“T스토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새로운 소비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SK플래닛 측은 설명했다.

이렇듯 T스토어는 앱 게임 영화 TV 전자책 쇼핑쿠폰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117만개가 넘는 풍성한 디지털 콘텐츠와 실물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전 검증을 통해 불법·비정상적 콘텐츠를 차단하고 강화된 성인 인증을 거치는 점도 해외 마켓에 비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점이다. T스토어에서는 1회용 비밀번호(OTP), 키즈락 등의 안전장치가 돼있어, 아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다 결제가 이뤄지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토종 오픈 마켓 11번가 승승장구

SK플래닛의 토종 오픈마켓 11번가는 이베이의 G마켓·옥션과 함께 3파전을 벌이고 있다. 2008년 2월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신뢰성’을 가장 신경썼기 때문이다. 11번가 관계자는 “11번가는 판매자가 반드시 인증을 거치도록 하는 공인인증제도를 도입해 ‘짝퉁’이 난무하던 기존 오픈마켓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고객을 위해 다양한 보상제도를 실시했다. ‘위조품 110%보상제’ ‘최저가 110%보상제’ ‘배송지연보상제’ ‘고객실수보상제’ ‘24시간 콜센터 운영’ 등이다.

11번가는 모바일 쇼핑 시장점유율이 50% 내외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9월 모바일 월 거래액이 업계 최초로 100억원을 넘었다. 연 거래액은 2011년 810억원, 2012년 2800억원, 2013년 7000억원(추정치)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는 업계 최초로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SK플래닛 관계자는“모바일 카드 결제와 휴대폰 결제를 편리하게 하고, T멤버십과 OK캐쉬백, 모바일지갑, 모바일 상품 검색 등 SK플래닛의 다양한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