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경마보다 승마] '제자리 걸음' 경마산업, 세계화로 '추진력' 찾는다

입력 2014-01-03 21:03
수정 2014-01-04 03:42
경주마 수출하는 마사회


[ 서기열 기자 ]
승마를 중심으로 말 산업을 키우려면 말 산업의 또 다른 축인 경마의 안정적인 흥행도 필수다. 한국마사회가 경마 매출의 일부분을 말 산업 육성 예산으로 내놓고 있어서다.

한국마사회는 말 산업 육성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마사회는 경마 전체 매출의 2.8%를 특별적립금으로 내놓는다. 이 가운데 80%를 농림축산식품부의 축산발전기금으로 적립하고, 나머지를 마사회 자체 농어촌 복지사업에 쓴다. 정부와 마사회가 각각 이 재원에서 일부를 떼서 말 산업 육성 예산으로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마사회는 2012년 전체 경마 매출 7조8397억원 가운데 특별적립금으로 2234억원을 내놨다. 이 가운데 정부가 98억원, 마사회가 180억원을 말 산업 육성 예산으로 내놔 지난해 총 278억원이 쓰였다. 올해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 둘을 합쳐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마사회의 매출은 정체 상태다. 경마 매출은 2010년 7조5777억원, 2011년 7조7882억원, 2012년 7조8598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엔 7조70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어들었다. 만약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한다면 말 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마사회는 이런 매출 정체를 세계화로 뚫고 있다. 경주마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지 20년 만인 2011년 말레이시아에 3마리의 국산 경주마를 처음으로 수출한 데 이어 2012년 11월 6마리를 더 내보냈다. 싱가포르에도 추가로 국산 경주마를 판매했다. 지난해 6월에는 마카오에도 2마리를 수출했고 작년 12월부터 아시아 최대 말 시장인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경마 자체의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의 서범석 감독은 지난해 7월 한국보다 경마 수준이 한 단계 위인 마카오 경마장에 진출해 11월엔 첫승을 거두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한·일 경마교류전 2차전에선 한국 경주마 ‘와츠빌리지’가 일본 경주마를 누르고 1위로 들어왔다.

이 같은 한국 경마의 질적 성장은 고가의 씨수말 도입에서 시작됐다. 마사회는 2006년 씨수말 메니피를 들여오는 데 37억원을 투자했다. 메니피를 포함해 씨수말 40마리를 들여오는 데 총 530억원을 썼다. 좋은 혈통의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마사회는 그동안 씨수말을 저렴한 비용으로 민간 경주마 생산농가의 씨암말과 교배할 수 있도록 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경주마 경매 최고가는 2억원을 넘어 2억9000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