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 증권부 기자 summit@hankyung.com
[ 심은지 기자 ]
‘OOO는 직원들의 피를 빨아먹는 회사입니다.’
지난 주말 기자에게 다소 격앙된 감정이 섞인 이메일이 왔다. 한 대기업 계열사에 다닌다는 그는 ‘눈물의 우리사주(▶본지 12월28일자 A1, 7면 참조)’ 기사를 잘 읽었다는 인사말을 건넨 뒤 자신도 우리사주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회사가 제시한 청사진만 믿고 우리사주를 사들인 바람에 대다수 임직원들이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눈물의 우리사주’를 취재하면서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했다. 매달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가장의 이야기, 퇴직금도 못 챙기고 회사를 떠난 사람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전세금과 자녀학자금 등을 빌려쓰며 ‘대출 인생’을 사는 직장인들에게 우리사주 대출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사주제도는 직장인들에게 부당한 제도일까. 그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사주제도가 활성화돼야 근로자들의 근로복지 수준도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근로자들이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면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경영진과의 협상력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말 기업공개(IPO)를 한 현대로템의 우리사주조합은 주식 상장 전부터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달라고 회사 측을 압박했다. 난색을 표한 것은 오히려 회사 측이었다.
우리사주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은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학계에서도 미흡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예컨대 ‘강제취득 금지조항’을 신설할 경우 “지금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직장인들이 자율적으로 우리사주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면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이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재량폭도 넓혀주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우리사주가 ‘직원들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오명을 뒤집어 쓴 건 증시 불황에 기업 자금난, 구조조정이 겹친 결과다. 우리사주는 직장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현행 제도로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재산 형성과 주인의식 고취라는 우리사주의 본래 취지를 되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
심은지 증권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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