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强 대 强' 충돌] 정부 "적자구조 개선"이라는데…勞 "위장 민영화" 되풀이

입력 2013-12-24 21:05
수정 2013-12-25 08:53
6대 쟁점 살펴보니

KTX 자회사 설립
정부 "코레일 경영상태 개선"…勞 "알짜 노선 뺏겨 적자 늘어"

KTX 운영사 지분 매각
정부 "민간 매각 땐 면허 박탈"…勞 "상법 위배…실효성 없어"


[ 김보형 기자 ]
‘서울 수서발(發) KTX 자회사’ 설립에 따른 철도 민영화 이슈로 촉발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24일로 16일째를 맞았다. 역대 최장 파업이었던 2009년 파업 기간(8일)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부실 공기업 정상화’를 내세운 정부와 ‘철도 민영화의 꼼수 명분’일 뿐이란 철도노조가 한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좁혀지지 않는 쟁점들을 짚어봤다.

○코레일 경영 개선 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현재 부채가 17조6000억원에 달하고, 매년 2000억~7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 같은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 뚫리는 ‘수서발 KTX 노선’에 대해 자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독점구조를 깨지 않고는 적자행진 탈피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유일의 철도사업자(114년 독점)인 코레일 외에 새로운 운영업체를 설립, 철도 운영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파업도 철도노조의 ‘철밥통 지키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송석준 국토교통부 대변인은 “철도노조가 겉으로는 ‘민영화 반대’를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경쟁 운영사가 생기면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부채가 경부고속철도 건설 부채(4조5000억원)와 인천공항철도 인수(1조2000억원) 등 ‘정부 정책 수행 결과’라고 반박한다. 또 한국의 철도 영업거리는 3500㎞로 경쟁을 통한 경영상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업거리인 450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익성이 좋은 고속철도(KTX)를 수서발 KTX 자회사에 떼어 줄 경우 코레일의 경영 상태는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지금도 KTX 경부선 수익으로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라며 “돈 잘 버는 사업만 따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민영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위장 민영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자회사 설립, 경쟁체제’는 당초 계획에서 한발 후퇴한 방식이다. 정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수서발 KTX 운영을 민간 회사에 넘겨 코레일과 완전한 경쟁구도를 만들 생각이었다. 수서발 KTX 민간 위탁 사업자 선정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차량 등 시설은 코레일에서 빌려 쓰고 운영만 민간이 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이 적어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가 많아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철도 민영화 반대’라는 코레일 노조와 야당의 주장 때문에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도 민간 위탁 운영에 반대했다. 이후 새 정부 들어 코레일로부터 독립한 자회사(코레일 지분 30%)를 만들어 경쟁시키는 방안이 추진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반발로 코레일이 지분 41%를 갖고 사장과 이사도 코레일이 추천하는 자회사 안으로 다시 후퇴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수서발 KTX는 엄밀히 말해 반쪽짜리 경쟁체제”라고 지적했다.

○수서발 KTX 자회사, 결국 민영화?

수서발 KTX 자회사는 코레일(41%)과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자금(59%)으로만 구성된다. 코레일이 2016년 영업 흑자를 내면 매년 10%씩 지분을 늘려 100% 자기 계열사로 만들 수도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한 차례만 영업 흑자를 기록하면 코레일이 지분 51%를 가진 대주주가 된다”며 파업 중단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민간 매각을 막는 내용을 수서발 KTX 자회사 정관에 명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에 지분이 매각될 경우 철도 운행 면허 자체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수서발 KTX 운영사업 예상 투자수익률은 9.97% 수준으로 좋은 편이어서 공공부문 자금 유치도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한다. 민간 매각 금지 조항은 주식양도를 금지하는 과도한 의결권 제한으로 상법상 위배된다는 것이다. 철도 운행 면허 박탈도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조치여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과도한 의결권 제한으로 결론 난 사항”이라며 “정부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이번 파업의 성격을 놓고도 입장이 갈린다. 정부는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이 없는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공안대책협의회를 거쳐 철도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 중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출자 문제는 고용·노동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정당한 파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사측과 임금협상이 결렬된 뒤 파업 찬반투표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 데다 노조법에 따라 필수 유지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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