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우리금융,누구에게 줄까

입력 2013-12-22 19:43
이 기사는 12월22일(10: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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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자산운용 포함)의 매각방식을 오는 24일 오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기존 원칙대로 우리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패키지를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이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헐값 매각 시비’로 패키지 매각이 무산될 경우, 개별 매물별로 재입찰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입찰 없다면 NH농협,키움증권 등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우리금융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본입찰 결과 패키지 입찰 가격은 1조1900억원대를 제시한 사모펀드(PEF)인 파인스트리트가 가장 높았다. 1등과 100억원이내 차이를 보인 NH농협금융은 2위, KB금융은 1조원 미만으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파인스트리트는 매각주관사의 계량평가에서 자금조달능력, 노동조합 이슈 등과 관련해 감점을 받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최종 평가점수에서 NH농협금융에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은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의 매물이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매각방식을 재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2명이 일부 매물의 입찰 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데다 KB금융이 우리투자증권에 최고 가격을 쓴 것 때문에 기존 패키지 매각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과거 감사원이 매각 가격의 적절성을 따질 때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있었는 데, 두 매물 모두 입찰 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우리아비바생명보험의 경우 KB금융은 마이너스 1500억원 수준을 입찰 가격으로 제시한 반면, NH농협금융과 파인스트리트는 각각 750억원이상, 200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KB금융은 마이너스 300억원대이고, NH농협금융과 파인스트리트는 각각 500억원이상, 200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KB금융은 개별 입찰 가격에 대해서도 내부 이사회의 엄격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처럼 실사가치 이상으로 가격을 큰 폭으로 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NH농협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에 대해 실사결과와는 별개로 큰 폭으로 입찰가격을 조정했다. 우리아비바생명의 순자산가치는 1900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영업권 프리미엄을 제외하면 1200억원이다. 3개 후보의 가격 모두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감사원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인해 ‘안팔리는 매물이라도 남겨두지 않고 좋은 매물과 함께 매각한다‘라는 패키지 매각 원칙을 지키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키지의 핵심 매물인 우리투자증권만을 놓고 봤을 때는 KB금융이 가장 높은 1조1200억원대 입찰 가격을 제시했다. NH농협금융은 1조에 못미치는 9800억원대, 파인스트리트는 1조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과 NH농협금융간 가격차이는 1400억원에서 1500억원 사이다. 우리자산운용의 경우 700억원대 후반의 가격을 쓴 키움증권이 400억~500억원대 가격을 쓴 여타 후보들을 제치고 일찌감치 인수자로 낙점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재입찰이 있다면 KB금융에 다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면서도 "재입찰이 없다면 패키지 입찰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NH농협금융이 패키지 인수우선협상대상자, 키움증권이 우리자산운용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24일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입찰하면, 생보,저축은행 매각 포기해야...입찰 참가자도 불투명

가장 낮은 패키지 가격을 제시했지만, 우리투자증권에 대해서만 가장 높은 가격을 낸 KB금융으로 인해 패키지가 재입찰 절차를 거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또 '감사원 감사'를 우려한 나머지 우리금융이 순자산보다 낮은 입찰 가격이 제시된 우리아비바생명만 매각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패키지 매각이 개별 매각으로 전환되면서 재입찰이 진행되면 여러가지 악재가 예고돼 있다.

먼저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매각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우리아비바생명은 내년까지 1500억원의 유상증자없이는 금융감독원의 보험사 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지킬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패키지 매각외에는 개별적으로 우리아비바생명을 매각할 방법은 없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저축은행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인수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사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해도 KB금융, NH농협금융, 파인스트리트가 다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모두 뛰어든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동양증권, KDB대우증권 등 대형 매물이 나온데다 증권업황이 좋지 않아 우리투자증권의 인수 관심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재입찰이 진행된다면, 3일 혹은 1주일의 기간을 두고 인수후보자들을 상대로 다시 가격을 받아야 한다. 우리F&I 매각 당시처럼, 인수가격 조정으로 기존 가격을 높이는 것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매각 예상 가격이 4000억원대로 우리투자증권에 비해 저렴한 현대증권은 업계 1위 점포망을 가진 데다 주가연계증권(ELS)발행 시장 점유율과 기업공개(IPO)주관 실적에서 업계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매각 예상 가격이 1000억원대에 불과한 업계 2위 점포망을 가진 동양증권도 ‘동양사태’의 후유증이 있지만 리테일기반은 여전히 좋은 상태다. KDB대우증권도 곧 매물로 나올 예정이어서 굳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유인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한 인수후보측은 "이번 M&A로 여러가지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돼 재입찰을 한다면 입찰 여부를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며 말했다. 실제 KB금융과 파인스트리트의 경우 재입찰 시 참여를 안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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