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석탄은 공해가 아니라 청정 원료다…혁신 이끈 'ASK'의 힘

입력 2013-12-19 06:59
기초재 부문



SK이노베이션의 기업PR 광고 ‘그린콜’ 편에 대한 네티즌의 이런저런 논평을 검색해 보니 촬영 기법이 독특하고 카피가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았다. 소비자의 상식과 전문가의 판단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놀라운 기회였다.

석탄 덩어리가 작은 입자로 부서졌다 다시 전구나 기름으로 바뀌는 장면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평범한 기법이다. 피사체를 한 프레임 단위로 미속 촬영한 다음 몇 초 분량으로 편집해 영상미를 극대화하는 콤마 촬영기법이다. 알 만한 전문가들은 다 알듯이 콤마 촬영에도 격이 있는 법. 이 광고에서는 연탄이 가루로 부서지는 과정을 한땀한땀 정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콤마 촬영의 수준을 높였다.

이 광고의 가장 강렬한 매력은 카피로 의제설정(agenda setting)을 함으로써 광고의제가 언론의제와 공공의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광고는 SK라는 회사이름 앞에 A자를 타이핑하는 소리가 들리고 자연스럽게 ‘ASK’라는 질문이 연상되도록 하면서 시작된다. 여자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SK이노베이션이 석탄에 물었다. 왜 사람들은 너를 공해라고 생각할까?”라고 질문을 던지면 “석탄을 청정에너지로 바꾸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석탄을 청정에너지로. 물음이 있는 곳에 이노베이션이 있다. SK 이노베이션.” 석탄 가루가 부서지며 전구와 기름으로 바뀌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속도감 있는 효과음이 더해져 호기심을 자극한다.

즉, 이 광고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기업 철학을 쉽고 명확히 전달한다. 의제설정 이론의 핵심은 미디어 메시지가 수용자들에게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보다 ‘무엇에 대해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 about)’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있다. 의제 설정 이론은 기업PR 광고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하나의 광고의제가 발전해 언론의제로 떠오르고, 그 다음에는 공공의제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이 광고에서는 “석탄으로 전기, 합성석유, 천연가스, 화학제품을 만드는 그린콜 개발 중”이라는 자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린콜(green coal)이란 공해 문제 때문에 쓰임새가 적은 값싼 저급 석탄에서 황화수소나 이산화탄소 같은 불순물을 제거해 합성석유나 화학제품을 만들고 청정에너지로 탈바꿈하는 기술이다. 그린콜 기술은 미래 에너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은 이 주제를 갖고 광고에 의한 의제설정을 한 셈이다.

의제설정 과정에서 하나의 광고 메시지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 여러 광고에 영향을 미치고, 한 언론사에서 취급한 광고의제는 다른 언론사의 의제로 확산되고, 다시 그 언론의제가 공중의제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린 콜 기술의 요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많다. 그렇지만 조금 어려운 개념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데는 ‘ASK’라는 질문 형식으로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었으리라.

기업 이미지란 기업이 갖고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업에 대해 생각하는 그 무엇이다. 또한 기업이 행하는 어떤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활동에 따라 느끼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 점에서 SK이노베이션의 ‘그린콜’ 광고는 단순 명료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사회적 전망을 제시한 우수한 광고라 평가할 수 있다. 고정 관념과 편견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광고의제를 설정함으로써 언론의제와 공공의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김병희 한국PR학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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