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다운 기자 ]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증권업계 구조조정에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증권사 인수·합병(M&A) 촉진 방안'을 내놓았지만 증권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얼어붙은 증권업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증권사 M&A 촉진 방안을 내놓고, M&A 추진 증권회사에 대해 투자은행(IB) 지정요건 완화, 개인연금신탁 업무와 사모펀드 운용업 허용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M&A를 제약하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도 개선해 증권사 M&A의 장벽을 낮췄다.
경영부진 증권사에 대해서는 적기시정조치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증권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M&A 등의 경영개선 노력을 강구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증권회사간 M&A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됨으로써 앞으로 증권회사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증권업계에서는 효과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M&A 인센티브 중의 하나인 IB 요건 완화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로는 현재 자기자본 2조2000억원의 신한금융투자와 2조1000억원의 미래에셋증권이 유력하다.
이들 증권사가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의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IB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는 "IB 진출을 생각해본 적 없으며, 조건이 완화된다고 해도 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심도 있게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5개 대형 증권사들이 IB 인가를 받은 상태인데 기준이 완화돼 IB 시장에 참가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날 경우 제한적 경쟁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이득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요건이 완화되면 경쟁만 심화될 뿐 시장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매력이 없다는 얘기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촉진안이 M&A 여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M&A를 할 생각이 없는 증권사가 나설 만큼의 매력적 요인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고객 기반이 중요한 증권업 특성상 M&A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은 만큼 합병보다는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시장 내에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해보인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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