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선박 50척 수주계약 취소하라"

입력 2013-12-08 21:27
채권단 "원가보다 20~30%낮아 수익성 훼손"
STX 등 선박업계 "향후 수주 더 어려워져" 반발


[ 박신영 / 이상은 기자 ]
STX조선해양 채권단이 이미 수주한 선박 50여척에 대한 계약을 취소토록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채권단은 저가 수주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계약을 취소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TX조선을 비롯한 선박업체들은 국내 기업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앞으로의 수주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 “저가 수주 계약 깨라”

8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최근 STX조선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주한 선박 50여척에 대한 계약을 파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계약 금액으로 따지면 최대 16억달러, 원화로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채권단이 이 같은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은 실사 결과 STX조선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원가보다 20~30% 싼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선박을 대규모로 수주했다는 판단에서다. 선수금을 받아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고, 이 결과 배를 만들면 만들수록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진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STX조선은 실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숨겼다가 최근 채권단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측에서 선박 건조가 어렵다고 최근 연락해 와 확인하니 실사 과정에서 감춰졌던 게 드러난 것”이라며 “향후 처리 문제를 고심하고 있지만, 이대로 손해를 보고 배를 짓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계약 파기를 요구한 50여척의 원가는 총 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STX조선은 이를 16억달러에 수주한 만큼 4억달러(약 42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 “추가 수주 힘들 것”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선박제조업체들은 채권단의 요구가 경영 정상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장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겨 추가 수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선박 제조업체 관계자는 “50여척의 선박 수주계약을 한꺼번에 취소하면 앞으로 STX조선을 믿고 수주를 맡길 선주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파기를 통해 단기간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지 몰라도 물량을 추가로 수주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다른 선박업계 관계자는 “STX조선이 계약을 파기하면 중소업체들은 해외 물량을 수주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선주들이 요구할 손해배상 규모도 문제다. 선주들이 지급한 선수금을 비롯해 운송 차질에 따른 배상금까지 요구하면 배상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또 이미 건조 중인 선박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신영/이상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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