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도쿄 모터쇼 옛 명성 되찾으려면···

입력 2013-11-21 09:57
수정 2013-11-22 07:50

[ 도쿄=김정훈 기자 ] "2년 전보다 나아졌다 해도 볼거리가 많이 없다", "도쿄 모터쇼 위상이 예전 같지 않네"

20일 도쿄 모터쇼 프레스데이 개막날 도쿄 모터쇼를 찾은 미디어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오전 8시30분 일본 자동차 회사 스바루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 '2013 도쿄 모터쇼'는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행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 대표 기업들은 미래형 차세대 자동차, 하이브리드 신기술 등을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도요타는 2년 뒤 북미시장에 출시 예정인 연료전지자동차(FCV)를 미리 보여줬고, 혼다는 배기량 660cc짜리 스포츠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술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작업들이다.

대지진과 리콜 등 큰 위기를 겪으면서도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기술 혁신은 일본차 업체들이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여전히 브랜드 신뢰를 얻고 있는 이유다.

모터쇼를 취재한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은 "일본차는 맷집이 강하다. 기본기가 뛰어나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쉽게 쓰려지지 않는다"며 "직원들의 애사심이 강하다는 점도 일본차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도 그만큼 커졌다. 올해 실적 개선과 함께 사상 첫 1000만대 생산·판매가 확실시 되고 있는 도요타 전시장엔 많은 취재진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주인공은 역시 일본차였다. 일본차 15개 승용 브랜드의 전시장 부스 규모가 훨씬 컸고 유럽차 메이커들은 신차 출품작도 적어 언뜻 일본차 메이커의 잔치가 돼버린 느낌이 강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차도 상용트럭을 제외하면 불참했다.

각 메이커별로 순서대로 돌아가는 프리젠테이션 시간엔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조차 일본법인 대표들이 나와 올해 행사 특징과 제품 전략을 소개하는데 그쳤다.

마틴 빈터콘(폭스바겐), 루퍼트 슈타들러(아우디), 디터 제체(벤츠)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BMW) 카를로스 곤(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해외 각국에서 몰려온 자동차담당 기자들의 '취재 메뉴'가 상대적으로 사라진 것이다.

폭스바겐 등 일부 브랜드는 일본인 대표가 일어로 모터쇼 테마를 소개할 때 영문 자막조차 준비하지 않아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줬다. 번역기가 준비됐어도 수많은 취재진을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웠다.


도쿄 모터쇼는 파리 모터쇼, 제네바 모터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디트로이트 모터쇼와 함께 세계 5대 국제모터쇼로 꼽힌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모터쇼 중에선 도쿄 모터쇼가 유일하게 국제적인 모터쇼로 인정 받아왔다.

하지만 일본 시장의 장기 침체와 중국 시장의 급부상으로 도쿄 모터쇼의 위상은 2000년대 중반 황금기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중국 베이징 모터쇼와 상하이 모터쇼 보다 규모 면에서 밀리면서 '아시아 최대 자동차 축제'라는 타이틀을 앞으로 계속 이어갈지 의문도 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전무는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은 한국과 일본 중국 독일 미국인데, 모터쇼에 나온 국가는 독일과 일본 단 2개 국가 뿐"이라며 "과거에 비해 도쿄 모터쇼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터쇼는 새로운 자동차를 보는 재미가 관람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다. 그런데 도쿄 모터쇼엔 이미 유럽이나 미국 전시회에 먼저 소개된 모델이 다시 일본 시장에 첫선을 보인 경우도 많았다.

올해 판매 실적이 급증한 GM(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디트로이트 '빅3'가 3회 연속 불참하면서 볼거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한 관람객은 "미국차를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어 보는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도쿄=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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