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퓨전음악으로 풀어낸 지옥·연옥·천국

입력 2013-11-07 21:35
수정 2013-11-08 09:13
연극 리뷰 - '단테의 신곡'


[ 송태형 기자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단테의 신곡’은 여러 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고연옥 작가가 방대한 원작을 130분 분량의 2막 희곡으로 재창작한 드라마부터 그렇다.

고 작가는 ‘참고 견디는 자’라는 의미를 가진 단테의 이름과 정치가로서 파란만장했던 원작자의 삶에서 힌트를 얻은 듯하다. 지옥과 연옥, 천국을 순례하는 단테의 여정을 ‘살아서 지옥을 견디는 사나이’의 성장 드라마로 그린다.

공연시간의 60%가 넘는 80분이 ‘지옥’편이다. 단테는 지옥에서 고통받는 죄인들을 겪으며 두려움과 연민, 공포를 경험한다. “난 부끄러울 게 없다”며 자신만만하고, “악마의 편에 서겠다”며 신과 맞서던 단테는 한순간 무너져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한다. 정신적으로 무참하게 벌거벗겨지고 철저하게 회개하고 나서야 지옥의 출구가 열린다.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다. 연출가는 종교적 색채를 덜어냈다고 하지만 회개와 속죄, 사랑을 통한 구원 등 기독교적 세계관이 진하게 묻어난다. 난해하고 심오한 원작의 명성에 긴장했던 관객들은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은 스토리에 안도의 한숨을 돌릴 듯싶다. 단테를 신봉하는 이들은 반감을 가질 수 있다.

한태숙 연출가는 이런 스토리를 새로운 형식의 총체극으로 펼쳐낸다. 특유의 강렬한 미장센(무대의 모든 시각적 요소를 배열하는 행위)이 국악기와 양악기를 혼합한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현대적 음악과 어울려 압도적인 시청각 이미지를 쉴 새 없이 만들어낸다.

극의 상당 부분이 대사가 아닌 노래로 진행된다. 노래는 장면과 캐릭터 특성에 따라 창이나 성악·뮤지컬 창법으로 불린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연극에서는 이례적으로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고 창을 할 때는 가사 자막이 뜬다. 배우들의 훈련된 발성과 화법에 바탕을 둔 육성 연기를 연극의 참맛으로 생각하는 관객들은 기계보조장치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 흉내를 내는 커튼콜 장면은 이해할 수 없다. 커튼콜은 관객과 배우의 진심 어린 박수와 인사로 충분하다. 가사 전달도 안 되는 합창은 불필요하다. 공연은 9일까지, 2만~7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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