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치솟는데"…다시 매매 줄고 미분양도 안팔려

입력 2013-11-03 21:05
수정 2013-11-04 04:30
수도권 전세가율 80% 이상 23만여가구로 급증…서울 집값 2주 연속 하락

'8·28 전·월세 대책' 두 달
주택시장 냉각 우려


[ 안정락/김보형/이현진 기자 ]
“‘8·28 전·월세 대책’이 나온 뒤 거래도 늘고 집값도 오르는 듯했는데 최근엔 상황이 좀 달라졌어요. 미분양 아파트 매수 문의도 줄었고요. 국회에서 취득세 인하 소급 적용도 불확실하니 다들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경기 고양시 A공인 대표)

취득세 인하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의 관망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주택 수요가 ‘전세’로만 쏠리면서 수도권에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는 아파트는 작년 말의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강남권 등 주택 거래 뜸해져

3일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7365건으로 9월(4197건)보다 75.5% 증가했다.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거래가 급증했던 지난 6월(9034건)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거래가 많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 같은 시장 회복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직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최근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앞서 서울 아파트값은 ‘8·28 전·월세 대책’이 발표된 이후 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강남권 등 서울 주요 지역의 거래도 뜸해지고 있다. 지난 9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50건이 거래됐던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는 지난달 거래량이 13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채은희 개포공인 대표는 “저가 급매물은 소진된 뒤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가 드물다”며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정부의 대책이 실제 적용되는지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파주 등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지역도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 서춘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고양시 일산동구 지회장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반짝하던 주택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율 80% 넘는 단지 속출

전세 수요는 갈수록 증가해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전세가율 80% 이상인 아파트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3만89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2만3450가구의 10배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도 ‘매매가 하락-전세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65.9%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0.1%로 2002년 8월(60.7%) 이후 11년2개월 만에 다시 60%대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정기국회에서 부동산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면 온기가 돌던 주택 시장이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그나마 연말까지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5년간 양도세 면제 등의 혜택이 남아 있어 거래가 이어질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혜택도 사라진다”며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거래 절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도 “‘8·28 전·월세 대책’ 발표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며 “국회가 부동산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김보형/이현진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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