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수료 과다 논란' 국제겸용카드

입력 2013-10-14 21:57
수정 2013-10-15 04:25
임기훈 금융부 기자 shagger@hankyung.com


애플의 아이폰에서 0.99달러짜리 유료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신용카드로 구매한 A씨는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앱 구입 비용으로 1.5달러가 결제됐기 때문이다. 카드사에 물었더니 “앱 가격에 비자카드라는 국제카드브랜드 결제망을 이용한 수수료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내에서 발급하는 신용카드에는 국제겸용카드가 있다. 국제카드인 비자나 마스타 이름이 적혀 있으면 국제겸용카드다. 이들 카드는 해외에 나가서 사용할 때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편리한 만큼이나 국제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는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국내에서 국제겸용카드를 사용할 때도 국제카드 결제망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4035억원에 이른다. 이 중 국내 결제 때 나간 수수료가 전체의 73%였다. 해외에서 카드를 긁어 발생한 수수료는 전체의 9%에 불과했다. 국제겸용카드는 연회비도 더 비싸다.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국제겸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결제하는데도 왜 해외 이용 수수료를 물어야 할까. 국제카드브랜드와 국내 카드사 간의 영업관행 탓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으로 연간 수백억원씩을 국제카드브랜드에서 지급받고 있다. 모집인들이 우선적으로 국제겸용카드 발급을 권유하는 이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4일 간부회의에서 “국제 카드의 국내 결제 시 수수료 지급 체계가 불합리하고 국내 전용카드보다 과다 발급되고 있다”며 “국제 카드 발급 관련 제도 및 관행 개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늦었지만 올바른 지적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내전용카드와 국제겸용카드의 차이를 분명히 설명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마침 비씨카드와 신한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국제브랜드 로고가 찍힌 카드 발급이 줄어들고 있다. 2008년 전체 카드 발급 수에서 76.2%를 차지했던 국제겸용카드는 지난 6월 말 63.2%까지 줄었다.

임기훈 금융부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