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힘든 한국] 67년 간장 만들던 샘표식품, '中企업종' 묶여 사업확장 못해

입력 2013-09-26 17:23
수정 2013-09-27 03:49
중견기업 더 울리는 경제민주화법 (3) 중견기업이 더 아프다

주력사업 못키우고 육포 등 타분야 눈돌려
일감몰아주기·하도급 규제도…대기업보다 중견기업 더 타격



샘표식품은 요즘 충북 영동공장에서 만드는 ‘질러 육포’를 알리는 데 열심이다. 2008년 50억원이었던 육포 매출을 지난해 200억원으로까지 늘렸다. 하지만 26일 만난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육포 사업이 잘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 값이 많이 들어가는 육포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데다, 주력 사업인 간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돼 이 분야 사업 확장은 금지됐기 때문이다. 지난 67년 동안 간장을 만들어온 샘표식품이 ‘대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화 기업도 ‘확장금지’

정부가 추진해온 ‘동반성장’ 정책의 취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동반성장 정책의 타깃으로 삼은 ‘대기업군(群)’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갓 중소기업 테두리를 벗어난 중견기업들도 다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제조 분야 중소기업 범위는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다. 매출은 1500억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

이 범위를 벗어난 기업(중견기업)은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 적용 대상이 된다. 두부 간장 블랙박스 같은 제조업 품목 85개, 서비스업 품목 15개 등 총 100개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 분야에서만 기업을 키워온 곳도 매출이 1500억원을 넘어서거나 종업원(상시근로자)을 300명 이상 채용하면 ‘더 이상 커서는 안 된다’는 규제를 받게 된다.

간장시장 점유율 약 50%인 샘표식품이 대표적 사례다. 2011년 1420억원이었던 장류 매출은 지난해 1452억원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시장 규모가 확 커지지 않는 한 매출을 더 늘릴 수가 없다. 샘표식품이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과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해외에서 살 길을 찾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올해 해외에 낸 점포는 중국 19곳을 포함, 4개국 31곳에 이른다. 올해 2월 제과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신규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해외 점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피해 집중

국세청은 지난 7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납부 신고안내문을 발송했다. 과세 대상이 된 6200개 기업 1만여명 가운데 30대 그룹과 관련 있는 기업인은 7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중견·중소기업 대주주들이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집중 타깃이 된 것은 대기업에 비해 대주주 지분이 상대적으로 높고 계열사 간 거래비중도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는 반면 중소·중견기업들은 기업공개조차 아직 못한 곳이 많다. 대주주 지분율이 100%인 기업도 상당수다. 대주주 지분율 요건(30%)을 빠져나가기 어렵다.

부품 조달이나 판매망 확충 등 ‘수직계열화’ 차원에서 계열사 또는 관계사를 두는 곳이 중소·중견기업들에 상대적으로 많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도 대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세무 당국이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만 따져 증여세를 매기다 보니 중소·중견기업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봤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이달 초 열린 중견기업 정책토론회에서 “중견기업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액은 약 400억원”이라며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하느니 차라리 법인세를 더 물리는 게 낫다”는 말까지 했다.

○하도급법도 문제

하도급거래 공정화법(하도급법) 역시 대기업을 겨냥한 입법이지만 그 피해는 중견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중견기업 중에서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1차 협력사가 상당수인데, 이들이 2·3차 하도급업체와 거래를 할 때에도 이 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2·3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범용 제품이 많고 경쟁 포인트가 ‘가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납품 단가를 함부로 인하했다가는 소송을 당할 수 있다.

하도급법이 너무 까다로워 대기업들이 거래처를 아예 해외로 돌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위험 때문에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하도급법 수혜 대상인 ‘수급사업자’에서 빼 달라고 말한다. 하도급법 혜택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하도급법 적용을 받는 기업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나왔다.

지금은 중소기업만 거래대금 결제 등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매출 6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도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3개 중견기업이 이 혜택을 새로 받지만, 부품 등을 납품받는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기획취재팀 이태명·정인설·전예진·김대훈 기자(산업부), 안재광 기자(중소기업부), 이현진 기자(건설부동산부)




▶[화제] "신기해서 난리" 주식용 네비게이션 드디어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관련기사



<li>톱 배우, 100억 탕진하더니 美서…충격</li>

<li>女직원, 부장님 해외 출장에 동행했다가…</li>

<li>이영애 남편, 한채영과의 루머에 그만…</li>

<li>'3000평 대저택'사는 女배우 남편 재력보니</li>

<li>식물인간女, 임신 4개월이라며…충격 사연</li>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